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숭어’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숭어’
  • 배석환
  • 승인 2020.10.07 18:56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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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숭어는 전체적으로 회청색을 띤다. 배 부근에만 미약하게 은빛을 보인다. 몸 색이 탁하지 않고 맑은 편이다. 예로부터 어획량도 넉넉하고 값도 싸 서민들이 즐겨 먹던 어종으로 탕으로 끓여 먹거나 염장을 해 말려 먹었다. 특히 숭어의 위는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히며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다만 계절마다 숭어의 맛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맛이 달고 여름 숭어는 담백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 이러한 숭어의 계절별 특징은 속담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데 흔한 말로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고도 전해진다. 

이와 같이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숭어의 양식 적지로 꼽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경남 하동군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지금 스마트 기술을 접목시켜 자동화와 지능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숭어 양식에 나선 곳이 있다고 해 그 현장을 확인하러 중평항으로 떠나보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양식에 접목, 숭어 스마트 양식장

중평항은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에 있는 작은 어항이다. 어민들은 금오산 자락을 등에 지고 넓은 해안을 품에 안은 채 소박하게 삶을 일궈가고 있다. 해안도로 오른편으로는 가을볕에 달궈진 들녘이 층층으로 쌓여 있고 젊은 사내들이 짐을 실으며 바다에 나설 채비를 한다. 이토록 한적하고 시시한 동네지만 그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드는 관광객들도 몇 있다. 참으로 인상 깊다.

약속한 장소에 들르니 박민영 한국스마트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외지인이 흔하지 않은 동네여서인지 쉽사리 파악이 가능한 모양이다. 마침 물고기 사료를 운반하고 있던 차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제껏 생물을 냉동해 만든 먹이와는 조금 다르다. 건식사료다. 양식어장이 대형화가 되면서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자동화에 적합한 사료를 개발 및 제공하게 됐으며 하동녹차를 첨가한 친환경 배합사료다.

양식장에 도착하니 기존 양식장과 차이가 확연하다. 보통이라면 양식장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인원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텐데 꽤나 한적한 편이다. 바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양식장이다.

하동은 국내 최대의 숭어 양식지라고 한다. 현재 전체 숭어 생산량은 약 6000톤에 이르는데 그중 하동·남해·사천에서 생산되는 양이 약 90%에 달한다고. 등록된 양식어가 수만 47곳에 어장 규모도 30~40ha라고 한다. 이러니 스마트양식 설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먹이 공급에서부터 양식장 제어, USN 기반 센서를 활용한 수온·산소·PH 등의 생장 정보 파악 등을 보다 손쉽고 정밀하게 관리함으로써 더욱 좋은 품질의 숭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월 무렵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아 숭어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보통 5월경 치어를 입식한 후 8월에서 11월 동안 사료 성수기를 거친 후, 약 6개월간의 출하 시기를 가진다고 한다. 지금부터 내년 봄까지 출하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직은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벌써 숭어 양식 5년 차에 접어든 박민영 대표는 이곳 하동에서 터를 잡아 숭어를 기르는 데에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번 3년 동안 기르던 숭어가 대량 폐사되었던 순간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열심히 키운 숭어가 제값을 받아 무사히 판매가 되었을 때는 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숭어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박민영 대표는 여전히 많이 이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숭어를 생산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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