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담홍빛을 자랑하는 바다의 귀족, ‘참돔’
수려한 담홍빛을 자랑하는 바다의 귀족, ‘참돔’
  • 배석환
  • 승인 2020.09.02 19:06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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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온전히 다 자란 참돔은 붉은 담홍빛을 띤다. 그 때문에 바닷물 사이로 힐끗 들어가는 참돔의 자태가 참으로 곱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빛깔도 빛깔이지만 한 가지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단단한 육질을 자랑하는 몸집에 있다.

색이면 색, 모양새면 모양새,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어 예로부터 ‘참(眞)’ 자를 붙여 참돔이라 불리어 왔다. 실제로 참돔은 도밋과 어류 중 성장 크기로 따지자면 제일 큰 축에 속한다. 더욱이 참돔의 머리는 찜이나 탕으로 끓여 먹을 시 맛이 좋아 ‘어두육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초가을 왕성하게 살을 찌우고 있는 바다의 귀족, 참돔을 지금 만나러 가보자.

◆참돔 양식의 최적지인 청정해역 남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참돔을 잘 고르는 법은 눌러보았을 때 살이 단단해야 하고 눈알이 선명해야 한다. 당연히 심한 비린내와 같은 어취도 없어야 한다. 수조에 담겨 있을 경우 헤엄치는 자세가 어정쩡하다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맛에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는 참돔의 건강과 영양 상태다. 정량의 먹이를 공급받고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을 조성하여 참돔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침 경남 남해에는 참돔 양식으로 수산업 최초 명인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곳이 있다고 하니 그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미조항으로 향해 보았다.

물빛도 좋고 항구를 둘러싼 산새도 참으로 아름답다. 바로 이곳에서 참돔이 여름을 가쁘게 넘기며 살을 찌우고 있다고 하니 벌써 궁금해진다. 여름을 잘 견디고 나면 선선해지는 가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출하 준비를 시작한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양식장에 나서기 전에 해우수산 이연식 대표에게 참돔 양식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수산업 최초로 참돔 양식 명인의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 비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건넨 말이었다. 이연식 대표가 물음에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무엇보다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람도 사는 환경에 따라 습관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삶을 이루듯 참돔도 마찬가지예요. 흔히 물길이라고 하죠. 육지의 길을 겉으로 드러나 있어 판별이 쉽지만 바다는 그게 아니잖아요. 바다는 바다의 수심을 잘 파악할 줄 아는 게 관건입니다. 바다의 조류 상태와 유속, 수온 등 고려할 게 많지요” 왜 참돔 양식이 이곳 남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현재 남해는 44㏊ 규모 정도로 대략 80여 가구가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남해군을 포함한 경남지역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보자면 전국에서 23%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모두 남해의 청정 해역과 따듯한 수온,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을 원활히 공급하는 센 조류와 유속과 같은 해양 조건이 잘 조성된 덕분이다.

배를 타고 약 20 여분은 나서니 비로소 참돔 양식장이 보인다. 언뜻 보아도 크기가 상당하다. 수조에는 하나같이 검은 차광막이 씌워져 있어 수조 안이 훤히 보이지는 않는다. 차광막 사이로 얼려놓은 먹이를 한 수조에 대여섯 덩이씩 풍덩 빠뜨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참돔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먹이를 흡입하느라 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3년이 되어간다는 놈들이란다. 보통 2~3년 된 참돔이 상품으로 나가는데 그 말인즉 올겨울 출하될 참돔이란 뜻이다. 

출하 시기에 다다를 즈음 먹이양을 조절하여 지방과 단백질의 균형을 맞춰 준다. 갑각류를 공급하는 이유 역시 껍질에 함유된 아스타잔틴 성분이 흑화를 방지하는 데에 효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저 물에 물고기를 풀어놓는다고 하여 절로 좋은 품질의 참돔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뜰채로 한 마리를 건져 올려보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닌 듯하다. 몸을 움직이는 힘이 실로 대단하다.

이연식 해우수산 대표는 이 모든 과정과 사육 방식을 홀로 몸으로 터득해가며 배웠다고 했다. 양식장에서 잠을 청하면서까지 물고기가 사육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또 연구하는 데에 평생을 들였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양식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몸소 배움으로써 시장이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뜻을 전했다. 그 말을 강조하듯 이연식 대표는 오늘도 새로운 양식 품목 개발과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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