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이라도 생존권 내쳐선 안된다
국책사업이라도 생존권 내쳐선 안된다
  • 이명수
  • 승인 2020.07.22 18:24
  • 호수 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업과의 공존, 어업인·수산 가치 인정이 출발점
산자부, 어업피해 최소화 사업대상지 고려 바람직
수협 조합장 배제 전북 해상풍력 협약체결 ‘공존 글쎄?’

정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이후 곧바로 그린뉴딜 차원에서 전북 고창·해역 서남권 해상풍력(2.4GW)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1년여에 걸친 민관협의회 논의를 통해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2.4GW) 추진에 최종 합의, 정부-지자체-주민-사업자간 MOU를 체결하면서 2022년부터 단계적 착공을 통해 224만 가구에 전력 공급가능한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어업인들은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서막이 올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향후 해상풍력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 사업자 등과 어업인 간 대립구도가 명확히 드러날 대목이다. 

본지는 정부가 그린뉴딜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해상풍력의 현황과 전망, 문제점, 개선책 등을 5회에 걸쳐 잇따라 조명한다.  

①해상풍력, 수산업과 공존가능한가?

자연에 손을 대는 이상 그 가치는 상실된다. 진정한 그린은 가만 놓아두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훼손을 전제하는 표현의 미사(美辭)일 뿐이다. 그린뉴딜의 한 축에 있는 해상풍력은 사실상 바다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산업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자연이 주는대로 바다에서 삶을 영위하는 어업인들이 후손에게 바다를 물려주는 게 진정한 가치일 수도 있다.

수산업과 해상풍력은 바다와 어장을 지키느냐, 빼앗느냐를 가름하기에 사실상 공존이 힘들다. 이를 의식하듯 산자부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추진을 공표하면서 화두격으로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산자부는 정부주도 입지발굴과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주민수용성 및 환경성 강화,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업 영향이 적으면서 해상풍력에 적합한 부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자체 주도로 수용성 확보를 통한 집적화단지로 체계적 개발에 나선다. 

가장 첫 단계로 입지정보도 구축에 어획량정보 제공 등 수협중앙회를 참여시킨다.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을 위해 통항 및 어업활동 허용을 통해 조업구역 축소 최소화를 추진한다. 수산업 공존형 단지 설계, 사업자의 안전관리 강화 등을 통해 발전기 사이 공간에서 통항과 어업활동을 허용한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의 경우 해수부 해상교통안전진단을 통해 올하반기 단지내 10톤이하 연안어선의 통항과 어선어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활용한 양식자원 복합단지 구성도 추진한다. 해상풍력단지 내 양식장 조성, 어구·어법 개발, 인공어초 설치 등 수산업과 공존기술 실증 실시한다. 

주민참여 확대하는 국민주주 프로젝트를 추진, 주민참여형으로 추진시 부여되는 REC 가중치(최대 0.2)를 활용해 주민에게 중장기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모델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수용성 확보 사업에 대해 지역수협이 발전사업자의 주민이익공유 모델에 금융기관으로 참여해 발전·이자수익을 지역어업인에게 환원토록한다. 

이번 산자부의 해상풍력 추진 계획은 정부주도 적정입지 선정을 통해 난개발 방지하고 계획적 개발로 전환하며 주민이 계획수립 단계부터 참여하고 발전이익도 함께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탁상의 공존은 설득력 낮아

산자부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본격 추진을 위해 정부-지자체-주민-사업자간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가장 직접적 이해관계자이자 어업피해의 중심에 있는 어업인을 적극 참여시키지 않았다. 어업인들의 대표격인 수협조합장들도 빠져있다.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던 실질적 어업인들을 배제시켜 오롯이 발빠른 사업추진에만 방점을 뒀다는 지적이다. 수산업과의 공존이 탁상 행정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산자부가 수산업과의 공존과 사업 시작단계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원칙론으로 내세웠지만 어업인 참여를 선언하는게 더 설득력을 갖는다.     

또 산자부가 발전기 사이 공간에서 통항 및 어업활동을 가능케 한다지만 그 위험은 고스란히 어업인들이다. 발전기 설치 주변은 소음과 진동, 환경물질 유출 등 수산자원이 서식할 수 없는 곳이 돼 어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게 어업인들과 수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장으로서 가치를 상실한 곳에서 어업활동을 할 이유도 없으며 발전기 설치 주변의 위험성을 그 어떤 어업인도 감내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활용한 양식자원 복합단지 구성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적잖다. 해상풍력 시설물에 주위는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환경적, 기술적 문제가 검증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공존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부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제기돼왔던 추진과정을 면밀하게 분석, 원인을 찾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어업인이나 주민수용성이 부족했다. 일부 사업자들이 현지 어업실태나 어업인들의 여론 수렴을 배재한 채 일부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탈법적 사업 추진으로 어촌사회 갈등과 해상풍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특히 어업피해가 발생되지 않는 해역에서 해상풍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나 경제적 논리에만 급급, 손쉽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자들의 욕심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빚어졌던 이같은 관행을 방치한 당국의 행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수산업과의 공존은 정부가 어업피해가 최소화되는 해역을 찾고 어업인과 수산업의 가치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 어떤 국책사업도 인간의 생존권을 내칠 순 없다. 원점에서 해상풍력을 다시 시작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