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품은 천혜의 맛, 강릉 사천항 ‘가리비’
바다가 품은 천혜의 맛, 강릉 사천항 ‘가리비’
  • 배석환
  • 승인 2020.07.08 20:27
  • 호수 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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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둥그스름하니 겉모양이 참으로 예쁘다. 결을 따라 활짝 펴있는 모습은 언뜻 보아선 부채를 닮은 것도 같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풍경(風磬)처럼 가리비는 오랜 시간 바닷속 해류에 쓸리며 자란다. 

가리비는 외관이 시원스럽게 크고 결도 예뻐 공예품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식재료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여 종이 서식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가리비는 대략 12종으로 큰가리비와 국자가리비, 비단가리비가 대표적이다.

다방면으로 사랑받는 가리비는 현재 대부분 양식을 통해 생산된다. 양식은 가리비 종에 따라 동해와 남해로 나뉘어 이뤄진다. 한류성 패류인 큰가리비는 주로 동해 일대에서 양식되며 난류성 패류인 해만가리비는 남해 부근에서 활발히 생산된다. 이번 우리바다 우리식품에서는 자연이 품은 바다의 맛, 가리비를 만나러 동해 사천항으로 떠나보았다.

◆바다의 정성과 사람의 수고로 탄생되는 가리비

아직 초여름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서늘한 동해 수면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곳 강원도 강릉 사천항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분수계로부터 동쪽으로 흘러나온 사천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소규모 항구다. 활어를 거래하는 대규모 어시장도, 번듯한 횟집도 하나 없다. 

이토록 한적한 사천항에도 내로라 할 만한 명물이 있으니, 바로 겨울철 양미리와 가리비 양식이다. 이른 아침 항으로 나서니 그물망이 한가득 쌓인 어선 한 척이 보인다. 홍현기 선장이 선원들과 필요한 도구들을 점검하다 얼굴을 마주치곤 이내 푸근한 인상으로 반긴다. 약 삼십여 분을 나서야 하는 뱃길이니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물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그의 눈에는 선히 집히기라도 하듯 거침없이 배를 몰고 이내 양식장에 다다른다. 저 멀리, 각 수심을 나타내는 색색의 부표가 줄지어 늘어져 있는 게 보인다. 부표 밑으론 두꺼운 조림용 밧줄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앙카라고 하는 약 2t 정도 되는 시멘트 벽돌을 양 끝에 열 장씩 매달아 두어 밧줄을 팽팽하게 고정해 놓은 후 가리비가 담긴 채롱을 걸어 둔다고.

곧이어 입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리비 치패를 보여주기 위해 크레인을 가동해 조림용 밧줄을 들어 올린다. 줄 사이사이마다 채롱이 한가득 매달려 있다. 6월 초에 들여와 넣어둔 것이라는데 크기가 아주 자그맣다. 흡사 깨를 닮았다. 이토록 작은 치패가 먹음직한 참 가리비로 자라는 데에는 약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그마치 두 번의 사계를 건너야 겨우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수없이 가리비의 상태를 확인하고, 분망 작업을 해주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친다. 

바다에 잠긴 부표의 수위를 가늠해 가리비의 상태를 파악한다. 가리비가 생장하며 몸집이 커질수록 그 무게로 인하여 점차 가라앉으며 부표가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밧줄을 걷어 한 차례 분별 작업을 해줘야 한다. 같은 크기, 같은 일시에 넣은 치패라 할지라도 성장 과정에서 저마다 차이를 보이므로 그에 걸맞도록 분류해주는 것이다.

분별 작업은 양식하는 내내 수시로 이루어진다. 선별하여 구분해놓아도, 다시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도태되는 개체들이 나오므로 수차례의 구분 작업을 해주어야만 고품질의 가리비를 수확할 수 있다. 

가리비를 살찌우는 게 바다의 일이라면 무사히 자라도록 거드는 건 바로 사람의 몫이다. 그것은 홍현기 선장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르침이기도 하다. 곧 본격적인 여름철에 들어서면 더욱 신경 쓸 게 많다고 한다. 폭우나 해풍 탓에 채롱이 유실되거나 찢어지는 경우도 다반사고 산란기를 겪은 가리비는 극도로 예민해져 생육 불량 상태가 된다고. 바다가 품은 감미 가리비는 그렇게 홍현기 선장의 지극한 정성으로 오늘도 무사히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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