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詩)_대명항
독자 시(詩)_대명항
  • 수협중앙회
  • 승인 2020.06.03 19:33
  • 호수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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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고양예고 문창과)

아버지와 비린내를 머금고 오는 날이 좋았다
바다 속을 뚫고 뻗어있는 내리막길 옆에 걸터앉아 낚시대를 던지고 
나도 한 마리 지렁이가 되어 다가오는 것들을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줄에 달린 추가 바닥에 닿을 때
툭 하는 감촉과 함께 모래가루들이 흩날리는 감촉이 좋았다

아버진 왜 나를 데리고 다녔을까
새까만 목덜미와 안경다리만큼만 환한 아버지의 옆머리를 보았다
아직 새하얀 내가 햇빛에 익어 따뜻해진 뒷목을 잡고 있으면
내가 늙어 보인다고 웃으셨다

싸구려 대나무 낚시대로는 망둥어만 잡혔지
윗부분을 수평선으로 잘라놓은 기름통에다
잡아 놓은 망둥어를 쏟았다 모두 네 마리였다
테두리를 따라 헤엄치는 것들을 보면서 앉아 있다가
우리는 집에 갈 때 그것들을 바다에 쏟았다
남은 지렁이를 모두 옆 아저씨에게 넘기고

만원짜리 광어회를 먹었다
아버지 손에서 올라오던 쿰쿰한 흙내

바다는 항상 정면에
아버지는 옆에 두고 있던 대명항에서
내 몸에 달라붙은 비린내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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