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섬들이 속삭이는 ‘완도’
크고 작은 섬들이 속삭이는 ‘완도’
  • 배석환
  • 승인 2020.05.27 19:46
  • 호수 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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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완도의 바다는 은은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다 같은 바다라 해도, 여느 곳과 달리 유독 맑았고 물빛이 수려했다. 완도가 청정바다의 수도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완도를 구성하는 건 약 265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섬들이다. 섬들이 모여 군도를 이루고 자연스레 섬과 섬 사이마다 갯벌과 해조류가 발달하면서 바다 정화작용을 한다. 완도가 자연 바다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까닭이다. 완도의 맑은 얼굴은 별처럼 수놓인 섬이 빚어낸 인상이다.

◆눈부시게 맑은 물빛, 완도

어부들은 초록빛이 왕성한 섬 사이사이를 누비며 눈부시게 일한다. 봄볕을 가득 받은 물 표면에는 빛이 아른대고 널어놓은 그물마다 어부들의 노고가 한 움큼씩 매달려 있다. 이른 시간, 완도의 경매장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완도의 청정 해역에서 나고 자란 수산물을 싣고 오느라 그런 것이다. 어쩌면 완도수협위판장의 분주함은 바로 저 푸른 물빛으로부터 오는 걸지도 모른다.

완도의 경매는 이른 아침과 낮,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오전 7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어부들은 그 시간에 맞추어 하나둘씩 모여들고 경매에 참여하는 상인들 역시 그즈음 모습을 내비친다. 그런데, 경매의 방식이 다른 공판장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렬로 줄을 맞춰 진행되는 것이 아닌 다들 수조와 대야에 둥그러니 둘러앉아 있다. 이른바 다라이 경매다. 수조에 담긴 수산물을 두고 삼삼오오 모여 값을 매긴다. 때문에, 요란하게 수신호가 오가지 않는다. 대신 작은 팻말에 값을 적어 손을 든다. 호각 소리에 따라 일순 값을 적어 내보인 후 낙찰이 되면 다음 다리이로 옮겨 간다. 그렇게 몇 번을 발맞추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경매는 막바지에 다다른다. 완도수협위판장이 갖는 독특한 풍경이다.

경매가 끝나고 밖을 나서면, 곧장 완도전복거리와 마주친다. 완도의 특산물 중 하나인 전복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완도 해안을 거닐다 보면 종종 널빤지처럼 검게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전복 양식장이다. 양식장의 칸마다 주식인 해조류를 넣곤 전복들을 키운다. 그에 따라 사시사철 전복은 일정한 맛과 선도를 유지하며 자란다. 우리가 완도의 맛, 전복을 쉽게 누릴 수 있는 이유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전복

완도의 전복은 청장 바다에서 자란 해조류를 먹고 성장하므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잘 알려져 있다. 육질도 연하고 부드러운 것은 물론, 맛도 좋다. 괜히 완도의 전복을 일품으로 꼽는 게 아니다. 귀한 식자재로서 예로부터 약재로도 쓰인 전복을 이곳 완도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회를 떠먹거나 무쳐 먹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전복 내장으로 쓴 죽은 특유의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완도전복거리에 들어서니 온통 전복 전문점으로 가득하다. 회, 무침, 물회에서부터 정식, 구이까지 없는 게 없다. 전복이 완도의 으뜸 특산물인 만큼, 전복으로 할 수 있는 실로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어딜 가나 솜씨는 평균 이상이다. 오랜 시간 전복으로 생계를 일궈온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음식이 가지런히 차려진다. 한눈에 보아도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도는 게 싱싱하다. 미역과 다시마를 주식으로 먹고사는 전복은 바다의 생명을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하다. 흰 쌀과 전복의 내장으로만 쑨 죽을 먼저 뜨니 고소하고 진한 향이 입안에 감돈다. 날것으로 먹는 전복은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살아 있고 삶은 전복은 부드러워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이렇듯 하나의 재료로 조리된 요리는 전복 특유의 향을 담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더구나.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타우린이 많아 몸이 쉽게 지쳐가는 봄철, 전복은 최고의 강장식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완도의 전복은 맛과 몸을 동시에 보충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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