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어업인 참여 의무화, 제도적 장치 필요하다”
수협 “어업인 참여 의무화, 제도적 장치 필요하다”
  • 이명수
  • 승인 2020.05.27 19:30
  • 호수 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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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산업부, 해상풍력협의회 열어 해상풍력 제도개선 머리 맞대
인·허가 절차 과정에서 어업인 실효적 참여가 우선 전제돼야

 

◆부처 간 논의 긍정적 신호? 

정부가 해상풍력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육상에 비해 개발행위가 용이한 공유수면에서 해상풍력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어업인들이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배제돼 있는데 따른 따가운 여론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5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해상풍력협의회를 열고 수산업계 및 풍력업계와 함께 해상풍력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 과제로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해상풍력 설비를 설치할 때 어업구역이 축소되고 해양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이다. 소관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이에 해수부와 산자부는 사업 추진으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산업 간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유관기관과 함께 해상풍력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 왔다.

실무협의체에는 수협중앙회, 한국풍력산업협회, 해양환경공단, 전력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남동발전,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는 오운열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주영준 산자부 에너지자원실장, 서재창 수협 해상풍력수석대책위원장, 박희장 풍력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해상풍력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해 온 업계의 요구사항 등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해상풍력과 수산업·해양환경의 상생·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해수부와 산자부 관계자는 “체계적인 해양공간 관리와 에너지전환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그동안 양쪽 업계에서 요구해 온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빠른 시일 내에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업인 참여, 법·제도적 명문화가 관건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63.8GW)까지 확대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해상풍력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18.8%(12GW) 수준이다. 육상풍력 5.7GW의 두배가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개발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해상풍력발전소는 60개소에 달한다. 6개소가 가동 중이고 54개소가 사업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상풍력이 무차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개발이 쉬운 공유수면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발전기 만 꽂으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유수면은 엄연히 주인이 있다. 바다를 삶과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어업인들이다. 어업인들에겐 생존과 직결되는 곳이 바다다. 

따라서 해상풍력 제도개선은 이런 기조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게 어업인들의 시각이다. 

현행 해상풍력 제도는 시작부터 이상하다. 사업자가 지역조사와 풍황(바람의 상황)계측 등 타당성 조사를 통한 사업타당성 검토를 한다. 이후 산자부가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허가를 통해 자격부여를 한다. 

입지선정부터 발전기 말뚝박기까지 사업자가 일방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업인들의 참여는 배제돼 있다. 산자부 사업계획 고시에 따라 사업자들이 무차별적 사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어업인 의견수렴이 제도화돼 있는 영국, 덴마크 등 주요 해상풍력 국가들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본과 덴마크의 경우 어업인 투표, 어협 동의를 사업추진 요건으로 규정한 나라도 있어 우리나라 해상풍력 제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반증이다. 

산자부의 발전사업허가 이후 해수부가 해양공간 적합성협의와 해영이용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성 검토협의 단계를 거친다. 여기서도 100㎿이상 규모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돼있어 그 이하의 규모는 아무런 걸림돌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허점이 노출돼 있다. 규모에 상관없이 해상풍력은 바다와 생태계를 훼손할 수 밖에 없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다. 

이후 대규모발전의 경우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거나 소규모는 시군구가 개발행위를 허가하게된다. 마지막으로 산자부와 지자체의 설치 공사계획의 인가, 신고절차로 사업이 착공되게 된다. 

사업개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5년여다. 이 기간동안 소위 지역주민 외 어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 

다만 2019년 4월 해양공간계획법 시행에 따라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과 심의 절차에서 공청회, 지역협의회 의견수렴 정도는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혼재돼 있다.  

이에 어업인들은 사업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는 현행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초기단계부터 어업인 등 이해당사자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자부 사업고시, 전기사업법, 신재생에너지법 등 인·허가 절차과정에서 해상풍력과 관련된 현행 제도를 고쳐 어업인 참여를 의무적으로 규정토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해상풍력에 대해 어업인 참여가 명문화된 제도적장치가 반영된 가운데 원점 재검토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어촌사회 갈등을 야기한 채 일부 지역주민들의 동의서로만 무차별적 해상풍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이 바다모래채취처럼 또다른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절실함이 현재 어업인들의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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