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표류 47개월...
‘한일어업협상’ 표류 47개월...
  • 이명수
  • 승인 2020.05.20 20:01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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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 한일어업협정 관련 대책 마련 간담회…대응방안 논의
일본 EEZ 입어 업종 조합장 등 참석 조업손실 어려움 토로
협상 조속 타결, 영어자금 지원한도 증액 등 지원대책 건의키로
일본 EEZ 입어 관련 조합장들이 지난 14일 간담회를 통해 한일어업협상의 조속한 타결과 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망했다.
일본 EEZ 입어 관련 조합장들이 지난 14일 간담회를 통해 한일어업협상의 조속한 타결과 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망했다.

 

해결의 실마리 조차 가늠할 수 없는 한일어업협상이 47개월 째 표류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매년 상대국 EEZ에서 상호 입어를 위한 한일어업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2015년 어기가 종료된 2016년 6월 이후 협상이 계속 결렬돼 약 4년 동안 상호입어가 중단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EEZ 수역에 입어하는 어업인들의 경영악화가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등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년간 한일어업협상 미타결로 인해 일본 EEZ에 입어하지 못한 관련 업종의 어업손실이 약 2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입어 중단은 어획량과 수입 감소로 어업경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체 어장을 찾아 불가피하게 무리한 원거리 조업에 나서 해양사고와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어업인들은 그동안 조속한 한일어업협상 타결을 위해 총궐기대회나 해상시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계당국에 전달해왔다. 업계 스스로는 휴어기 확대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해양수산부 역시 2018년까지 한일어업협상 타개를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한일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연이어 겹쳐 협상 추진동력은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다. 

이 때문에 한일어업협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타결이 불투명한 상태로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어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어업인들의 요구가 또다시 빗발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이러한 어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한일어업협상 지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4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해 대형선망, 중형기선저인망, 연승, 채낚기 등 일본 EEZ 입어 업종 관련 조합장들이 참석해 한일어업협상 추진 경과와 쟁점 등 현안사항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회의 참석 조합장들은 한일어업협상 장기 표류에 따른 피해와 지원대책 마련 등을 토로했다. 

향후 논의를 통해 한일어업협상 조속 타결, 영어자금 지원한도 증액, 소상공인에 준하는 지원대책 마련 등 건의안을 마련해 국회 및 대정부활동 등을 추진키로 했다.

협상 장기화에 멍든 어업인, 누가 보상하나
일본 까다로운 입어조건 주장…정략적 협상 ‘의구심’
어업수입 감소 경영악화 지속 어업인 특단대책 호소


◆일본, 입어조건 대폭 변경 요구 
한국과 일본 양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4년째 표류하고 있는 한일어업협상 타결은 언제 쯤 이뤄질까?

협상 수역에서 조업하던 어업인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뿐 앞날은 매우 불투명하다. 

견디다 못한 어업인들이 협상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한일어업협상은 한일 양국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매년 상대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입어하기 위한 논의와 합의의 자리다.  

하지만 이 협상은 2015년을 끝으로 어기종료(2015년 1월~2016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상호입어가 중단된 채 결렬상태에 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수차례 일본과의 협의를 진행했으나 양국간 이견차가 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협상은 장기화 국면이 돼버렸다.   

양국의 엇갈린 의견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우선 우리나라 갈치 연승어선 입어규모에 대한 한일 양측의 입장 차다. 일본 측이 우리 연승어선의 대폭적인 입어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 입어 허용 척수인 기존 206척에서 73척 수준으로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일본측이 우리어선의 EEZ 경계선 조업을 쟁점화하고 있다. 일본 EEZ 경계에서 우리어선이 조업하는 것에 대해 수산자원관리 효과 감소를 이유로 조업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어장은 수역이 협소해 각 국별로 EEZ가 중첩되고 대부분의 어족자원이 경계를 왕래하기 때문에 EEZ 경계선 부근 조업 시 수산자원관리 효과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동해중간수역의 대게 어장에서 양국 어업인 간의 원활한 조업을 위한 어장의 교대이용에 관한 협의(교대조업 협의)와 관련한 양측의 이견이다.

과거부터 양국 어업인은 동해중간수역에서 대게 조업을 위해 자율적으로 일정한 수역(한일중간수역)과 기간(3개월)을 합의해 어장을 교대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일본 어업인들의 교대조업 수역과 기간의 대폭적인 확대 요구 등으로 인해 2012년부터는 교대조업이 중단됐다. 이후 2015년 교대조업이 재개됐지만 교대조업 수역 및 기간 등에 대한 양측 어업인간 입장차가 상존해 있다. 

교대조업 문제는 교대조업협의회 성격의 민간협의회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측은 민간협의회가 아닌 정부 간 협의로 승격을 요구하고 있다. 중간수역은 독도를 중심으로 획정된 수역이고 교대조업협의회의 성격을 정부 간 협의로 승격 시 독도 영유권 문제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자국보다 우리나라 어선이 일본 EEZ 수역에서 많이 조업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과 함께 독도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를 깔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불거진 일본 수산물의 수출제한 해제, 원전오염수 해양배출 허용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아베정권의 정치, 외교적 야욕을 한일어업협상에 까지 연결고리로 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때문에 한일어업협상 지연은 당분간 장기화될 전망이다.

◆협상지연 피해는 ‘눈덩이’
협상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어업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 어업인들은 협상 중단이후 현재까지 가장 직접적이고 막대한 피해는 어획량과 수입 감소다. 4년째 일본 EEZ 입어가 중단된데 따라 어획량 및 수입 감소는 어업인의 어업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월이후 2020년 3월(45개월) 입어 중단 기간 중 어획 감소량은 6만3000천톤(월별 일본 EEZ에서의 평균어획량의 합으로 추정)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별평균어획량은 2013~2016년 4개 연도 월별 평균어획량이다. 

어업수입 감소액은 연평균 609억원으로 45개월 누적 기준 2322억원에 달한다. 입어 중단 이전의 EEZ 입어 3년평균(2013~2016년) 어획량 및 해당연도(2016~2020년)의 월별 어종별 선어가격을 기준한 것이다.(3년 평균 어획량 중 한일어업협정 미타결 기간인 2014년 7~12월, 2016년 7~12월 기간 제외)

수산경제연구원은 업종별 입어 중단 이전의 EEZ 입어 3년평균(2013~2016년) 월별 어획량×미입어 연도 월별 어종별 선어가격의 합으로 산정, 추정했다. 단가는 고등어,갈치,가자미,오징어 등 각 업종별 주요어종 평균가격을 적용(수산정보포털 자료)했다. 

또한 업종별 생산액(량) 감소치 누적액은 연승, 외줄낚시(갈치) 800억원(1만649톤), 선망(고등어) 654억원(3만8720톤), 오징어채낚기(오징어) 483억원(7378톤), 중형기선(가자미) 386억원(5854톤) 등이다.   

이같은 직접적 피해 뿐만아니라 어업인들은 대체어장 조업을 위한 원거리 항행으로 해난사고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EEZ 미입어로 대체어장으로 우회, 원거리 조업으로 인한 크고 작은 해양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수협중앙회에서 개최된 한일어업협상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어업인들은 협상지연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을 토로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돌파구 찾기와 통큰 피해대책 마련 등을 호소했다. 

◆양국 EEZ 조업 현황
EEZ 입어 허가척수는 우리가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많다. 2015년 기준 우리어선의 일본 EEZ 입어 허가척수 692척이다. 반면 우리 EEZ 입어 일본어선은 305척이다. 

연도별로는 양국 EEZ 입어 허가척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1018척에서 2015년 692척으로 줄어들었다. 업종별로는 오징어채낚기(39.5%), 연승(27.5%), 선망(20.8%) 순으로 허가척수 비중이 높다. 

또 상대국 EEZ 입어 어획실적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3.5배 많다. 2013~2016년 최근 평균 어획실적은 우리나라가 1만5078톤으로 일본 4274톤보다 많다. 

업종별로는 선망과 연승이 우리나라 어획실적의 79.6% 차지하고 있다. 선망(9378톤, 62.2%), 연승(2626톤, 17.4%), 중형기선저인망(1765톤, 11.7%), 오징어채낚기(1308톤, 8.7%) 순이다. 

일본은 대중형선망이 어획실적의 93.1% 차지하고 있다. 

최근 양국 EEZ 반기별 조업 동향을 보면 전반기(12월~6월) 일본수역에 갈치, 오징어 등 주요어장이 형성되고 있는데 따라 우리측은 일본수역에서 갈치, 오징어, 고등어 등 1만4063톤을 어획했다. 일본측은 우리수역에서 고등어 등 1205톤을 어획했다. 

하반기(7〜11월) 우리수역에 고등어, 갈치 등 주요어장이 형성된데 따라 우리측은 일본수역에서 갈치, 붕장어 등 1015톤을 어획했다. 일본측은 우리수역에서 고등어 등 3069톤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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