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뛰어넘은 ‘어업인의 딸’ 수협에 왔다
아시아를 뛰어넘은 ‘어업인의 딸’ 수협에 왔다
  • 김병곤
  • 승인 2010.12.15 22:55
  • 호수 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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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정순옥 선수 수협 방문기


어업인의 딸이라는 사실 매우 자랑스럽다
수협은 아버지 때문에 매우 친근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하고 계시는 수산업도 열심히 하면 분명히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16회 광저우아시안게임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정순옥 선수가 지난 14일 수협을 찾았다.


▲ 정순옥 선수와 환담하고 있는 이종구 회장
정순옥 선수의 수협 방문은 정선수가 진도군수협 조합원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고 어업인과 수산업의 명예를 드높여준 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이 날 수협은 모든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정선수가 어업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는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약해 자랑스러운 어업인의 자랑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또 이 날 수협은 정선수의 기량향상을 위한 격려금도 전달했다.

이종구 수협회장은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수많은 선수들이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줬지만 육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겨준 정순옥 선수의 감동은 잊지 못한다”면서 “특히 아슬아슬하게 구름판을 밟을 때는 보는 사람도 같이 긴장했다. 모든 역경을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정선수를 보면서 온 국민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수는 “어릴 때부터 수협 조합원이신 부모님 일을 도우면서 알게 된 수협은 저에게도 매우 친근하다”며 “비인기종목 선수인 저를 이렇게 찾아주고 초청도 해주셔서 감사하다. 전국의 어업인들이 저로 인해 많은 위안을 받으셨다면 저 역시 매우 뿌듯한 일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 수협관계자는 “비인기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 정순옥 선수의 금메달 소식은 우리 수협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면서 “육상과 마찬가지로 우리 수협도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인데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히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이란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정순옥 선수는 전남 진도출신으로 이미 국내에서는 전국체전 10연패를 할 정도로 대적할 선수가 없었다. 평소 성격도 가만있기 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덤비는 쪽이라 이번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는게 육상계 안팎의 평이다.

지난 14일 수협을 방문한 정순옥 선수의 얼굴은 어업인들과 같은 구릿빛 얼굴이었고 의지 곧은 모습이었다. 금메달을 따고 “(지)재형아 사랑해”를 외치며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던 남친과 동행했다.

정순옥 선수는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도목리 출신이다. 지금은 굴 양식업을 하고 있지만 김양식업을 하던 정태균씨와 김화자씨 사이에 1남6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바다가 보이는 의신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학교에서 달리면 일등을 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시·도대항 시합에 나가 80m 단거리에서 우승을 했다. 그 뒤 문봉기 육상대표팀총감독(당시 전남 육상경기연맹 전무)의 눈에 띈 것이다.

그때부터 부모 품에서 떨어졌다. 육지의 다른 학교에서 위탁 훈련과 전문적인 육상 교육을 받기 위해 뭍(목포)으로 나왔다.

문감독은 작지만 유난히 발동작이 경쾌했던 정순옥을 목포 상동초등학교로 데려왔고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정순옥 선수와 목포 제일여자고등학교까지 함께 했으며 이후 대표팀에서도 재회했다.

정선수는 멀리뛰기를 주 종목으로 삼고 100m와 400m도 함께했다. 정선수는 2001년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무려 10년 동안 1인자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에선 정선수를 능가할 선수는 없었다. 대한육상연맹은 남자 멀리뛰기 세계 기록을 작성한 마이크 파월의 스승인 랜들 헌팅턴(56·미국) 코치를 영입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 결과 진도 섬처녀의 아름다운 도약은 한국 여자 도약(멀리·높이·장대높이뛰기)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신기원을 썼다. 또한 그녀의 금메달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낸 결과이기에 더욱 빛난다.

그녀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고향 진도에 내려와 부모님의 굴 양식을 돕고 있는 효녀다. 아버지의 잦은 투병으로 어머니가 더욱 힘든 것 같다는 정선수는 오는 20일 선수촌 입촌까지 집안일을 돕겠다며 다시 고향 진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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