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잦은 연말연시 속풀이 뭘로 할까?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 속풀이 뭘로 할까?
  • 김상수
  • 승인 2010.12.15 22:34
  • 호수 6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덕대구 VS 거제대구


대표적 흰살 생선인 대구,
아미노산과 이노신산 풍부 지방 적고 담백한 맛

12월 중순, 송년회 모임 등 술자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마실 때야 좋지만, 이튿날 숙취와 속 쓰림은 어쩔까? 잦은 술자리로 쓰린 속 달래주는 해장국으로 대구탕 따라 올만한 겨울생선은 없다. 해장국용이 전부가 아니다. 이 추운 겨울날 점심·저녁식사로 먹는 뜨끈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추위가 저만큼 물러난다.


‘겨울珍客’ ‘황금대구’ ‘귀족생선’ 등등 겨울생선 대구는 온갖 찬사로 머리가 무거울 정도다. 대구, 예로부터 식성이 좋아 닥치는 대로 잘 먹고, 그렇게 먹는 입 역시 커서 대구(大口)라 이름 지어졌다는 겨울생선. 몸집보다 머리가 훨씬 커 대두어(大頭魚)라고도 불렸고 수랏상에 올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대구는 대표적인 ‘흰살생선’이다.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을 내며, 지방이 적고 담백해 생선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대구탕이 오르면 싫다는 소리 하지 않고 먹는다. 대구는 알뜰한 생선이기도 하다. 대가리부터 내장이며 알까지 버리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 대가리는 콜라겐과 젤라틴이 풍부하다.

씹는 맛도 쫀득쫀득하다. 아는 이는 눈부터 빼먹는다. 영양가가 높기 때문이다. 알은 비타민E가 풍부해 탕과 젓갈로 만들어지고 간은 비타민A·D가 많이 들어 있어 영양제로도 쓰인다. 싱싱한 대구 뱃속의 탱글탱글한 생 곤이 맛도 별나니 내장을 추가해서 먹을 정도다. 대구를 주재료로 만든 요리도 다양하다. 대구맑은탕(대구지리)과 대구매운탕·대구알탕, 대구찜과 뽈찜, 아가미젓갈 등 저마다 맛도 다르고 효능도 다르다.


진해에서는 가덕대구를 높게 치고, 거제에서는 외포대구가 한수 위라 주장한다. 가덕대구도 진상품이었고, 외포대구도 마찬가지다. “대구면 다 대구지, 동해안 대구나 가덕대구·외포대구라고 해서 별다른 게 있습니까?”라는 말을 했다가는 눈총받기 쉽다. 제각기 자기네 대구가 좋다고 우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구는 멀리 북태평양에서 몰려와 우리 남동해 앞 바다를 거치는 긴 항해를 하고 가덕도와 거제 외포 앞 바다로 몰려듭니다. 포항 등 남동해 근해를 지나서야 슬슬 맛이 들기 시작하는 거죠. 여기서 산란 부화했던 놈들도 마찬가집니다. 오호츠크해를 거쳐 다시 이 바다로 되돌아올 즈음에는 부화 후 3년 이상이 지나, 체장 50센티미터에서 크게는 1미터의 질 좋은 대구로 자라 있는 겁니다. 가덕도와 거제 외포 앞 바다까지 와야 비로소 제 맛이 나는 거죠.”

12월에서 2월까지 산란을 위해 가덕도와 거제 부근 바다를 찾을 때가 영양을 비축해 대구 맛이 가장 좋다는 것이 용원항 대구전문 중매인의 의견이다. 가덕대구나 외포대구나 다를 바가 없다는 데는 두 고장 어업인들 역시 의견이 같으니, 경남산 대구가 상에 오르면 군말 할 것 없다는 얘기다.

12월 중순, 의창수협 위판장 앞 좌판. 대야마다 대구가 퍼덕거리고, 그릇이 모자라 바닥에 부려진 대구도 있다. 가덕대구가 올해도 풍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대구 인공 수정란 방류 사업을 펼친 덕분이다.

그 덕에 가덕도 호망 어업인들은 요즘 새벽잠이 부족하다. 늦어도 새벽 네시 쯤엔 출어했다가 용원항 위판장에 7시면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획량이 많지 않으나, 일주일 정도 있으면 위판장에 그득할 것이라고도 했다.

용원항 주변에서 식도락가들이 찾는 대구요리는 의외다. 탕도 찜도 아닌 회이기 때문이다. 희살생선 특유의 시원한 맛에 플러스 된 게 있다는 데 혼자 먹기엔 값이 만만치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