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어업인, 해상풍력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정 좌시 않는다”
수협·어업인, 해상풍력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정 좌시 않는다”
  • 이명수
  • 승인 2020.04.14 19:15
  • 호수 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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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해상풍력 추진 반대, 영광·신안·목포 어업인 탄원서 제출
전남해역 여의도 약 660배 면적 황금어장 빼앗길 위기
지역 어업인 외면한 전남도에 해상풍력 추진 반대의사 표명

◆‘어업활동보호구역’ 무시

영광, 신안, 목포 어업인들이 지난 13일 전남도에 해상풍력발전을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에 4000여명의 어업인들이 탄원서에 참여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전남도가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데다 어업인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전라도는 지난해 7월 ‘전남 블루 이코노미 프로젝트’ 선포식을 갖고 핵심 사업으로 원전 8기에 맞먹는 8.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영광·신안·목포 등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신안군·한국전력·전남개발공사는 지난해 12월 ‘신안지역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전라남도·신안군·목포시·한전·민간발전회사 등 18개 기관·발전회사가 1차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앙정부에 인허가 협조를 요구하고 어업인을 포함한 주민수용성 확보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등 사업준비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 등 지자체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4000여명에 이르는 지역 어업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전라남도가 제시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청사진 속에 어업인의 피해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라남도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계획하는 영광·신안·목포 등 서남해역은 다양한 수산자원의 보고로서 어선어업 뿐 아니라 김, 전복, 미역, 해삼 등 수산물 양식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해역이다. 특히 전국 새우젓 생산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어업인들에게는 황금어장으로 여겨지는 해역이다. 

이는 해양수산부의 전남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해양공간특성평가 초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해역의 대부분이 양식장이나 마을어장이 위치하거나 어선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어획량이 많아 ‘어업활동보호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해당 해역에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 예정지들은 어업활동 등 해역 이용현황에 대한 고려없이 바람의 양이나 전력계통연계 등 풍력발전에 유리한 해역을 발전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상풍력발전은 발전설비 설치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훼손되는 문제점 뿐 아니라 광범위한 해역을 20년 이상 장기간 독점적·배타적으로 점유하기 때문에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 기존에 해당 해역에서 조업해 온 어업인들은 어장터를 눈뜨고 송두리째 빼앗길 수 밖에 없다. 현재 가동을 시작한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사례를 볼 때 전남 서남해역에 8.2기가와트(GW)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다면 여의도 면적(2.9㎢)의 약 660배에 해당하는 해역에서 더 이상 어업활동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난 3월 전남 수산인 대표 500여명이 제출한 탄원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전남형 일자리 기반마련을 위해 추진중인 8.2GW 해상풍력단지 조성이 어업활동과 환경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라남도가 제시한 방안들은 과연 전남도가 어업인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전남도가 제시한 ‘이익공유’는 개발을 전제로 한 사후적 지원대책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수입 증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업을 생계로 하는 어업인에게는 사실상 어업을 포기와 맞바꿀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민관협의체’의 경우도 이제 겨우 사업계획단계에 있는 해상풍력사업을 수산업과 대등한 이해관계자로 간주하고 단순히 ‘갈등해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과정에 전남도가 먼저 나서서 해상풍력 예정지 전체를 ‘에너지개발구역’으로 반영해 해상풍력 추진에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중앙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해양공간계획제도 자체를 무력하고 수산업의 존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수산인들의 우려에 대해 전남도는 “해양이 전라남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양공간계획 수립에 수산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오히려 거론하며 사실상 전남도의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에 수산업계의 이해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어업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업인들은 “전남도나 군에서 해상풍력사업이 지역민에게 이익을 공유한다고 해 유익한 것으로 이해했으나 사실상 어업인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나 군이 사업추진 과정을 어업인들에게 설명하지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니 뒤늦게 의견수렴, 보상을 말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의 극치”라며 전남도와 군 행정을 비판했다. 

어업인들은 일방적인 해상풍력발전을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어업인 의견이 수렴될 때까지 결사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마지막 남은 문전옥답인 연안 어장마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에 밀려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어업인들은 이번 탄원서에서 “전남 수산업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편파적인 해양공간계획 수립 시도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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