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는 울산 해파랑길
고래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는 울산 해파랑길
  • 배석환
  • 승인 2020.03.18 20:35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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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소원이 이뤄지는 길

울산을 대표하는 바다 명소 간절곶. 이곳이 해파랑길 울산구간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간절곶은 부산구간에 속해있다. 기장군에서 울산으로 넘어오는 구간인 4코스에 포함되어있다. 그럼에도 간절곶을 울산구간의 시작이라 부르는 이유는 포항의 호미곶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출명소이기 때문이다.

포항 호미곶보다 먼저 일출을 볼 수 있기에 독도와 울릉도를 제외하면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안선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기에 그 형태가 긴 간짓대(대나무)처럼 보여 간절곶으로 불린다. 요즘에는 ‘간절하게 바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등대와 소망우체통은 간절곶의 상징이다. 아침 일출을 보러오는 사람들 뿐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과 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은 세찬 바람을 따라 밀려오는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며 진하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이 해변이 해파랑길 안내책자에 울산구간 5코스의 시작점으로 명시돼있다. 넓은 백사장을 따라 수많은 음식점이며 카페들이 빼곡히 자리한다. 특히 12월부터 1월까지 해무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일출 포인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변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파도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온산국가 산업단지 때문에 해안길이 막힌다. 바다 대신 회야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길은 덕하역에서 마무리된다.

6코스와 7코스는 울산의 여러 공원들을 이어 놓았다. 그리 매력적인 구간은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를 향해서 가는 길이라 소음을 피할 수 없다.

 

울산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길

사람들의 북적임과 바다의 풍요로움이 만다는 방어진항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8코스에 속한 방어진항은 울산을 대표하는 항구다. 보통의 항구는 밤이 되면 침묵에 들어간다. 방어진항은 바다로 나가는 길목 초입에 외로이 떠있는 작은 섬 ‘슬도’ 덕분에 야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더 늘어난다. 

슬도 위에 우뚝 속은 등대가 빛을 뿜기 시작하니 멀리서 쳐다만 볼 수 없었다. 최면에 걸린 듯 방어진항과 슬도를 이어주고 있는 ‘슬도교’를 지나 등대 난간에 걸터앉아 파도소리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슬도는 섬을 이루고 있는 바위 대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특유의 소리가 나는데 사람들은 그 소리가 거문고 타는 소리와 같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슬도(瑟島)라 부른다. 슬도교 입구에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는데 아기고래를 업은 어미고래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과거 방어진항은 포경기지였다고 한다. 

방어진항에서 8코스의 종점인 대왕암공원까지 이어진 길은 해파랑길 울산구간 코스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울산 주민들은 해금강이라 부르고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 끝에 커다란 바위가 바다를 가로막는다. 대왕암이다. 죽어서도 신라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대왕. 그는 자신의 시신을 경주 앞바다에 묻었다. 이에 왕비였던 자의왕후 또한 호국용이 되어 이 대왕암 바위를 택해 장례를 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설화의 진실 여부를 떠나 그 풍광은 일품이다. 곡선들의 바위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바다는 전형적인 동해처럼 투명하다.

이제 길은 9코스로 이어진다. 하지만 해파랑길의 상징인 동해와는 작별을 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을 지나 봉대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힘겹게 산을 오르고 내리면 주전 몽돌해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금 산길을 오르는 난이도 높은 코스의 연속이다. 그리고 정자항에서 울산 구간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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