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이 넘치는 보령의 바다
활력이 넘치는 보령의 바다
  • 배석환
  • 승인 2020.03.11 20:20
  • 호수 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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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보령항 위판장

보령은 아침부터 몹시 부산스러웠다. 이른 시간부터 위판장에 모여 하루의 수확을 갈무리하고 값을 치르느라 그런 거였다. 졸린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듯, 아침마다 보령 위판장은 소란스럽다. 누군가에겐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잠을 청하는 시간이라면, 이곳 보령 어민들에게 아침은 하루가 분주하게 시작되는 시간이다.

보령 위판장은 여타 위판장과 다르게 제법 규모가 크다. 어획량도 상당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 간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제 값을 치르기 위해 이리저리 계산하고 판단하며 빠르게 셈하기 시작한다. 다들, 경직된 얼굴로 물건을 보다가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낸다. 몇 번을 보던 광경임에도, 그 손짓이 워낙 현란하고 재빨라 눈으로 좇기도 버겁다. 하지만, 익숙한 어민들은 말을 하듯 손짓이 자연스럽다.

사고파는 행위는 우리가 숱하게 접해온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위판장에서 이뤄지는 경매는 왠지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단순히 보기 드문 광경이어서일까. 혹은, 우리가 만족을 위해 얻는 일상적인 구매와 달리 치열한 생계를 담보로 이뤄지는 거래여서 그런 걸까. 뭐가 됐든, 보령위판장에서의 활력은 경매가 끝난 이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괜스레 긴 여운을 남겼다.

 

영롱한 빛이 아른대는 키조개

키조개는 보령의 9미 중 하나로 꼽힌다. 보령에서 채취한 키조개가 전국 생산량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그 수확량도 어마어마하다. 키조개는 내륙과 가까운 바다의 진흙, 혹은 흙바닥에 묻혀 산다. 때문에 그물이나 일반적인 낚시로는 채취할 수가 없다. 물속에 들어가 잠수해 채취가 가능하다. 물속 깊이 들어가 작업을 하므로 바다 사정을 잘 살펴야 한다. 물살이 세지 않은 때라야만 안전하게 키조개를 수확할 수 있다. 바다가 잠잠한 날이면, 키조개 산지로 유명한 오천항의 배들은 나갈 채비를 하고 도리어 바다가 사나운 날에는 오천항의 배들은 침묵한다. 

공판장에서 그리 멀지 않는 거리에 횟집이 가득하다. 그중 몇몇 곳에 조개구이집이 눈에 집힌다. 걸음이 닿는 대로 식당에 들어서 조개구이를 시키자 종류가 여럿 나온다. 그중에서도 단연 키조개가 돋보인다. 패주가 실하니 두툼하다. 색도 옅은 살굿빛이 돌아 싱싱해 먹음직스럽다. 

키조개를 주시면서 사장님이 거드는 말로 날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 입에 넣으니 식감이 쫄깃한 게 질기지 않고 잘 넘어간다. 잠잠한 바닷속을 헤치며 길어 올린 키조개라 그런지 짭조름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보령 어민들의 활력처럼 입안에 가득 바다향이 퍼진다.

키조개의 이름은 곡식을 거를 때 사용하는 농기구 중 하나인 키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키조개의 주산지는 충남 보령의 오천항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항구임에도 한반도 키조개 생산량의 과반수를 감당하고 있다.

키조개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패주다. 다른 말로는 관자라고도 일컬어진다. 싱싱한 키조개의 패주는 살이 두툼하고 연한 살굿빛이 돈다. 다른 조개들과 달리 키조개의 패주는 살이 연하고 크게 자라는 것이 특징인데 회로도 먹고 구워도 먹으며 보령에서는 볶음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다만 조리 시 과하게 열을 받으면 질겨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키조개는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에 효력이 있으며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국에도 넣어 먹고 찌개나 볶음으로도 쓰일 정도로 활용 범위가 넓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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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아이돌 2020-03-24 14:34:30
아아 고대도 아이돌 김영수 경매사의 사진이 참 잘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