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위기, 협동조합의 본질 회복으로 극복해야
수협의 위기, 협동조합의 본질 회복으로 극복해야
  • 이명수
  • 승인 2020.02.19 20:44
  • 호수 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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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방법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수협의 위기도 협동조합의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수협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수산업과 어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산업과 어촌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은 변화하였으나 이러한 환경변화에 수협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수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촌사회에서 어업인들은 수협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제적 이익을 실현했다. 어업회사법인과 영어조합법인 등의 조직을 통해 어업인 스스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 있으며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협동조합이 어촌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촌사회에서 수협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수협에 대한 어업인과 조합원의 충성도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유지되는 조직이다. 수협이 조합원인 어업인과 밀착되지 못하여 수협과 조합원이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게 되면 조직이 소멸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협동조합이 주식회사 등과 같은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유이다. 

199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창립 백주년 기념총회에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이 선언문의 내용에 ①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②조합원의 민주적 통제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가 ④자율과 독립 ⑤교육·훈련·정보의 제공 ⑥협동조합 사이의 협동 ⑦커뮤니티 관여 등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앞에서 제시된 협동조합의 7원칙이 모두 협동조합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최근 수협의 위기와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정보의 제공,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 등이다. 

‘자율과 독립’의 원칙은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통제하는 자율적이고 자조적인 조직이다. 정부를 포함한 다른 조직과 협약을 맺거나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자 할 경우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가 보장되고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즉 ‘정부와의 협약’, ‘다른 조직과의 협약’, ‘외부자본과의 협약, 등은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요소이며 불가피하게 이를 시행할 경우에는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자율과 독립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경제적 수익 확보이다.  

‘교육·훈련·정보의 제공’은 조합원, 선출직 대표, 경영자, 직원 등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은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협동조합 사업의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학습하는 것이다. ‘훈련’은 조합원과 직원이 효율적이고 윤리적인 사업 관행에 따라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각 사업을 책임있고 투명하며 민주적 통제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의 본질과 혜택에 대해 항상 인식하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합당한 의사결정과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협이 협동조합으로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은 협동조합은 국가, 지역, 국제적 차원의 조직들과 협력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해야 함을 의미한다. 수협이 어촌지역에 설립되고 있는 협동조합들을 경쟁상대로 인식하여 배척하거나 수협과는 관련 없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배제하지 말고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은 단기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1908년 ‘거제한산가조어기조합’이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의 수협은 112년의 시간 속에서 역경을 헤치고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현재 수협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의 변화는 수협의 존재를 위협하는 위기인 동시에 수협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방법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수협의 위기도 협동조합의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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