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문화마당 책소개
수협문화마당 책소개
  • 조현미
  • 승인 2019.12.24 18:49
  • 호수 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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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감기 걸린 물고기

◼ 저자: 박정섭
◼ 출판사: 사계절

“거짓 소문이 몰고 온 한바탕 소동”

 


쌉쌀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그림책 

‘누가 봤다더라’, ‘누구누구한테 들었는데……’ 진위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미루며 가볍게 전하는 말들. 소문은 생각보다 자주 들려옵니다. 작게는 친구들 사이의 뒷이야기부터 학교, 직장, 때로는 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하는 큰 소문도 있지요. 요즘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곤 합니다. 물론 소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누군가 못된 의도로 감추고 있던 것이 조금씩 새어 나와 세상에 진실을 드러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듣는 소문은 대부분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잔뜩 부풀려진 채 허무한 소동으로 끝나곤 합니다. 『감기 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아귀와 물고기 떼처럼요. 곰곰 생각해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겁에 질린 물고기들은 뒤따라오는 아귀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한테 옮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물고기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꽁꽁 닫게 했지요. 

수가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물고기 떼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검은물고기 한 마리가 미심쩍게 묻습니다. “너희들 감기 걸린 물고기 본 적 있어? 소문은 누가 내는 거지?” 라고요. 한참 늦긴 했습니다만 이 뒤늦은 각성은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감기 걸린 물고기』는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 박정섭의 세 번째 창작 그림책입니다. 소문, 거짓말, 따돌림…… 소재는 무겁지만 그림에는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점점 줄어드는 물고기 떼를 몸통이 툭툭 잘려나가는 것처럼 표현하는가 하면, 빨강 노랑 같은 원색으로만 면을 가득 채워 과감하게 연출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장면을 설명하는 글 대신 아귀와 물고기 떼가 주고받는 대화로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살아 있는 ‘날 생선’ 같은 문장들로 배짱 좋게 밀고 나가지요. 여기에 세심하게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가 읽고 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아귀의 거짓 소문에 휘둘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은 답답하기도, 얄밉기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블랙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쌉쌀한 여운을 남깁니다. 책을 덮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지요. 범상치 않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자료출처-인터넷 교보문고·YE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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