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문화마당 책소개
수협문화마당 책소개
  • 조현미
  • 승인 2019.12.18 18:29
  • 호수 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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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 저자: 기욤 뮈소
◼ 출판사: 밝은 세상

 

미궁에 빠진 사건과 섬에 칩거하는 작가의 비밀은?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한 1998년부터 베르뇌유 일가족이 살해당한 2000년까지의 과거 이야기, 2018년 현재 보몽 섬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 라파엘과 20년 전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마틸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연인들이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리고, 15년 동안 무려 1만㎞ 가까이 표류하다 타이베이 바이샤완 해변에서 조깅을 하던 미국인 여성사업가에게 발견되고 그녀가 카메라를 뉴욕 행 기내에 두고 내리고, JFK공항 분실물센터에 보관되었다가 스코츠보로의 수하물센터로 이동하고 카메라를 구입한 미국 남자가 메모리 칩을 복원해 컴퓨터에 연결한 결과 안에 들어 있던 다수의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지난한 과정은 ‘필연이란 우연을 가장하여 찾아온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카메라에 들어 있는 사진들이 20년 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베르뇌유 일가족 살해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경찰이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끝났던 사건은 보몽 섬에서 사체로 발견된 아폴린의 과거 전력이 드러나면서 시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주목받는다. 카메라 메모리 칩에는 연인관계였던 아폴린과 카림의 사진이 들어 있고 그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베르뇌유 일가족 사진들이 들어 있다. 아폴린과 카림이 베르뇌유의 집에서 카메라를 훔쳤다는 반증이다. 

지난 20년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일보직전인 셈이다. 마틸드는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퍼즐 조각이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라고 믿지만 네이선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카드를 꺼내든다. 

>> 책속으로
“내가 만약 자네 나이라면 작가가 되기보다는 다른 야망을 품었을 거야.” “왜죠?” “작가로 산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삶이니까.” 네이선 파울스는 한숨을 푹 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작가는 허구한 날 좀비처럼 살아야 하거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유리된 삶이지. 고독한 삶. 하루 종일 잠옷 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식어빠진 피자 조각이나 씹으며 살길 바라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에 눈이 상하고, 대화 상대라야 기껏 머릿속으로 상상해낸 가공인물들 뿐이야. 그 가공인물들이 자네를 미치게 만들지. 게다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겨우 한두 문장을 써냈는데 독자들은 단 일초도 거들떠보지 않고 시큰둥해하지. 작가의 삶이란 바로 그런 거야.” -53쪽

“역사적으로 봤을 때 작가들은 가장 심한 거짓말쟁이들이었어요.” “역사상 최고의 거짓말쟁이들은 정치가들, 역사가들, 기자들 순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들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의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작가들은 삶을 이야기한다는 방편을 내세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잖아요. 인간의 삶은 방정식으로 간추리거나 한 권의 소설 속에 구겨 넣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소설은 논픽션보다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더 크죠. 소설을 픽션이라고 하는 건 다른 말로 하자면 거짓말이라는 의미 아닌가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죠. 필립 로스가 소설에 대해 언급했던 말이 있어요. ‘소설은 소설 창작자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실을 표현할 수 있는 거짓말을 제공한다’라고요.” “일리 있는 말이긴 하네요.”네이선은 갑자기 이 모든 설왕설래가 성가시게 여겨졌다. “소설이 뭔가에 대해 따지자면 아마 밤새 토론을 해도 결론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군요. 그나저나 나에게 줄 선물이 뭐죠?”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데 좋은 선물이 될 거예요.”  -105~106쪽

<자료출처-인터넷 교보문고·YE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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