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중 선상 화재사고 예방책 마련 시급하다
조업중 선상 화재사고 예방책 마련 시급하다
  • 이명수
  • 승인 2019.12.18 18:27
  • 호수 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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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11월 19일 오전 7시경 제주 차귀도 서쪽 76km 해상에서 연승어선 대승호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29톤 통영선적 대승호는 승선원 12명을 태우고 있었다. 해경함선 656척, 항공기 166대, 동원 연인원 6647명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28일 만인 12월 17일 사망자 3명, 실종자 9명을 남긴 채 수색이 종료됐다.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본부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20년간 494건의 화재사고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1명의 어업인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동기간 화재사고 전체의 29.7%가 겨울철에 발생했다. 조업 중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저감 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본고에서는 이의 방안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예방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화재예방용 난연성(難燃性) 수지도포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선체에 화재예방용 페인트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새로 건조되는 모든 어선은 화재예방을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페인트를 의무적으로 칠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이전에 건조된 어선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2014년 이전 건조어선에 대해 난연성 페인트 도포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본 시범사업의 초기 고려 대상은 2014년 이전에 건조된 선령 20년 이상의 어선이다. 시범지역 및 업종은 화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제주와 통영, 그리고 업종별로는 채낚기와 연승어업으로 한정한다. 시범사업 이후에는 선령, 지역, 업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알루미늄 어선건조를 확대해야 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어선 6만5000척 중 96.4%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어선이다. FRP 선질은 재활용이 불가능하지만 선체가 가벼워 높은 속력을 얻을 수 있고 외부 부식에도 강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그러나 FRP는 합성수지가 함유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 스파크 등 작은 불씨에 의해 쉽게 발화되고 발화시 유독성 가스를 많이 발생시켜 진화가 쉽지가 않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한 화재확산으로 인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FRP 대체재로 알루미늄 등 여러 소재들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알루미늄으로 어선을 건조할 경우 FRP에 비해 1.5~2배 정도 비싸다. 그러나 불에 쉽게 타지 않는 강점이 있다. 2018년 말 기준 알루미늄 어선은 전체 어선의 0.2%에 불과하다.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어업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알루미늄어선으로 대체 혹은 건조사업 타당성과 화재사고 예방효과 분석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연구용역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발전기, 배전선계통, 소화기 어선검사의 강화 및 신설이 요구된다. 여러 보도자료에 의하면 겨울철 화재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화재에 취약한 난방기구 사용과 누전·합선을 꼽는다. 겨울철 난방기구 사용 증가로 화재발생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선주들의 설명이다. 어선 특성상 냉동기 등을 24시간 가동하고 전기시설이 바닷물에 빨리 부식된다. 제때 교체해야 하지만 시설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워 미루다 보니 누전이나 합선, 폭발 등 화재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절연이 충분치 않은 전동기, 규격 이상의 퓨즈를 사용해 과전류가 흐르는 전선, 그리고 노출된 전구 등은 과열돼 주위에 열을 발산하기 쉽다. 이러한 열에 의해 가연성 물질이나 또는 절연물까지도 불이 붙어 화재가 일어난다. 따라서 육상기기와 별도로 어선에서 사용하는 발전기와 배전선계통에 대한 규격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에 대한 어선검사 항목을 신설하고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소화기 설치의 위치, 고정 보관장치를 어선 톤수에 따라 규격화하고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선검사 시 소화기의 작동여부를 검사하고 부적격 소화기에 대해서는 교체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화기의 경우 눈에 잘 띄고 사용 가능한 장소에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 거주구나 기관실의 깊숙한 곳에 보관해 화재 시 초기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화재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해상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기존 패턴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사고 발생 후 당황해서 우왕좌왕할 경우 적절한 초기대응 시간을 놓쳐 피해를 더 키우게 된다. 이에 화재사고 발생 시 승선원들의 행동에 대한 체계적 매뉴얼이 필요하다. 또 승무원의 규모, 위치, 상태, 능력, 선원 수 등의 요소도 행동요령 매뉴얼 작성 시 고려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 승선원 행동요령은 안전조업 교육 시 실습을 통해 승선원들에게 충분히 숙지시켜야 한다. 

지난 20년간 발생한 8284건의 어선사고 중 화재사고는 표류와 충돌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사고의 원인과 이에 따른 효과적인 예방책이 마련될 때, 그리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때 화재사고로 인한 어업인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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