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풍미 ‘굴’
겨울바다의 풍미 ‘굴’
  • 배석환
  • 승인 2019.12.04 19:49
  • 호수 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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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시작되는 작업 ‘굴’ 인기실감
침샘자극, 입안 가득 바다내음으로 녹는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작업장.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많은 양의 굴 껍데기가 쌓여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하루가 부족할 것 같은 양인데 또 다시 양식장으로 출발하는 어선이 보인다. 대 여섯의 선원들 틈바구니에 끼어 우주항공산업의 메카 고흥군 새벽바다로 향한다.

“보통 해가 뜨고 많이들 작업을 하는데 겨울이 시작되면 주문량이 많아서 약속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새벽에 나갔다가 해가 뜨면 다시 돌아옵니다.” 반갑게 악수를 건넨 김호일 여흥수산 대표의 말이다.

나로우주센터로 향하는 첫 번째 다리인 나로1대교를 지나 30여분 정도를 달리니 엔진소리가 잦아든다. 아직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둠이 드리워져 있어 렌턴으로 여기저기를 비추더니 다시 방향을 잡아 정박을 한다. 

여명이 드리워지고 앞을 분간할 수 있자 작업이 시작됐다. 갈고리를 바다에 던져 부표가 매달려 있는 연승줄을 끌어와 바지선(무동력선)에 설치된 권양기(로프를 감는 도르래 장치)에 연결해 천천히 들어 올린다. 

바닷속에 잠겨 있던 굴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바다를 깨우더니 바지선 중앙에 고정되어 있던 커다란 기계장치가 기지개를 켠다.

연승줄이 감기는 속도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누군가가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기계를 멈춰야 하고 그 시간만큼 작업은 더디게 진행된다. 모두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연승줄과 가장 가까운 선원이 같이 딸려 오는 부표를 제거한다. 그러면 바로 뒤에 선원이 굴 뭉치가 달린 채묘줄을 낫으로 재빨리 잘라낸다. 

여기서 또 한명이 필요하다. 채묘줄이 엉키면서 굴 뭉치가 한꺼번에 벨트를 따라 올라가게 되면 중간에 걸리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커다란 전정가위로 엉킨 채묘줄을 잘라준다. 

원통의 세척기를 통과한 굴은 수산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찜용 크기의 굴 형태로 커다란 망태안으로 수북이 쌓인다.

새벽부터 시작한 조업은 해가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생각보다 빨리 끝난 편이다. 하지만 중간에 또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나가기도 한다고 하니 겨울철 대표 먹거리인 굴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수 십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모두 굴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다. 많은 차량 중에 대형 트럭이 눈에 들어온다. 김 대표와 인사를 나누더니 15개라는 손짓을 한다. 방금 채취한 굴을 커다란 망태 그대로 트럭으로 옮긴다. 서울로 가는 차량이라고 한다. 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실어 주는 것이다.

나머지 망태는 알맹이를 분리하는 작업장으로 향한다. 

굴이 작업장 바닥에 깔리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인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굴까기가 시작된다. 조새질 소리만 들리고 너무도 조용하다. 그 이유는 분리한 양만큼 일당을 받기 때문이다. 

인부들 옆에 놓여 있던 양동이에 굴 알맹이가 가득 차면 무게를 재고, 곧바로 분리기로 향한다. 여흥수산에서 사용되는 분리기는 김 대표가 직접 고안한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효율적으로 굴 알맹이를 상하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게 해준다.

정오를 지나니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김 대표가 굴을 하나 집어 들고 직접 까더니 그대로 먹어보라 건넨다. 탱글한 시각이 먼저 침샘을 자극하고 입안에 들어오는 부드러움,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내음이 겨울철 피로를 날려 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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