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추천 문화마당 '최선의 삶'
수협추천 문화마당 '최선의 삶'
  • 조현미
  • 승인 2019.11.13 18:06
  • 호수 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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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최선의 삶

◼ 저자: 임솔아   ◼ 출판사: 문학동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최선의 삶’.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 임솔아는 오직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만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야기, 열여섯 살 이후로 끈질기게 자신에게 찾아왔던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배신감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인물이 친구를 찾아가 살해하려는 꿈.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자를 밤마다 몸부림치게 했던 이 악몽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느 한국 부모의 욕심대로 대전의 좋은 학군에 위장 전입한 열여섯 살 여중생 강이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느낀다. 실제로 살고 있는 읍내동에서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으로 새로운 학교가 있는 전민동에서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강이에게 부모와 학교의 빤한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강이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준 동급생 아람과 소영은 그들과 강이를 구분 짓지 않는다. 강이는 그런 친구들을 마치 강아지처럼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찮고 연약한 것들을 온몸으로 보듬는 아람은 강이보다 더 하찮은 존재를 찾아냈고 미래를 현재로 당겨오기 위해 친구조차 마음대로 취하고 버릴 수 있었던 소영으로부터 강이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의 극렬한 폭력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된 강이는 바보 취급을 받지 않으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지만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최악의 바보’가 되어갈 뿐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강이는 마침내 최선의 매듭을 짓기 위해 소영을 찾아가는데…….

>> 책속으로
먹어보지 않은 크래커를 먹게 되는 것. 소주를 마시고 혀의 마비를 느껴보는 것. 네온사인이 색을 바꾸는 패턴을 이해하는 것. 네온사인이 꺼지고 도로에 차오르는 새벽 물안개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이 이 세상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하찮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 29쪽

같은 샴푸로 머리를 감고 같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거울 앞에 놓인 스킨과 로션을 같이 발랐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샴푸 냄새와 로션 냄새를 똑같이 풍기며 같은 냄새가 되었다. 나는 친구들이었다. 전날에 묵었던 손님이었다. 옆방, 윗방, 아랫방 손님이었다. 내일 묵을 손님이었다. 아무나였다. 그날은 세상 누구나의 생일이었다. - 32쪽

길에서 어슬렁거리는 것들은 원래 다 아픈 거라고 아람은 변명했다. 멀쩡해 보이는 고양이도 자세히 보면 아픈 곳이 꼭 있다는 거였다. 등이 곪았거나, 털 속에 살을 파고드는 목걸이를 찼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미를 잃었거나. - 60쪽

엄마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은 대부분 유치했고, 지혜로운 대답은 대부분 비겁했다. - 87쪽 

싸움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을 뿐이었다.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보호는 치열한 공격이 될 때가 많았다. 치열한 보호가 비열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 92쪽

<자료제공-인터넷 교보문고·YE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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