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속살의 풍미 겨울맞이 대표생선 ‘삼치’
부드러운 속살의 풍미 겨울맞이 대표생선 ‘삼치’
  • 배석환
  • 승인 2019.11.06 18:37
  • 호수 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람 많은 제주. 그 자체로 섬이지만 여러 부속 섬들이 존재한다. 그 중 추자도는 가장 큰 규모의 섬이자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멸치, 삼치, 조기를 비롯해 다양한 어종이 어획되는 천혜의 어장이다. 그 중 바다공기가 차가워지는 시기가 되면 추자도를 찾는 생선이 있으니 바로 삼치다. 

 

삼치 조업은 새벽에 시작된다. 해가 뜰 무렵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습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삼치 잡이 어선이 조업을 하는 상추자도 영흥어촌계원들이 선착장에 모여들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5시, 전날 조업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누가 얼마를 잡았다는 얘기와 많이 잡히는 부근이 어디인지에 대한 것들이다. 

영흥리 이장이자 진영호 선장인 김영환 어업인이 배에 시동을 걸자 일제히 엔진을 작동시킨다. 보통 조업을 나가면 2명 정도가 한조를 이루기 마련인데, 어선들 대부분이 혼자서 조업을 한다. 작은 어종도 아니고 큰 것은 1m가 넘는 경우도 있는데 조업 방법이 궁금하다. 

진영호도 다른 어선들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엔진을 멈춘다. 조업준비는 의외로 간단했다. 생미끼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했다. 삼치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가짜 미끼를 달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삼치가 작은 어종으로 착각해 덥석 물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마구리’ 어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낚싯줄의 길이는 300여m 정도로 가짜미끼가 70여개 정도가 달려 있다. 바닷속으로 설치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러 개의 추가 중간 중간 달려 있기 때문에 무게가 상당하다. 그래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끌어당기는 것은 기계의 힘을 빌어야 한다. 수심 30m 이하에 서식하기 때문에 삼치가 미끼를 물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육안이 아닌 손끝의 감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끌낚시류라 한다. 성질이 급하고 공격적인 어종을 대상으로 한다. 삼치의 경우는 중·저층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중·저층끌낚시라 부르기도 한다. 중심을 잡는 낚싯줄(원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고 중간 중간 추를 많이 달아 낚싯줄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일정한 속도로 배가 진행되면서 조업을 하기 때문에 낚싯줄 맨 끝에 무거운 추를 달아놓아 낚싯줄이 표층과 직각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사를 이루고 있다. 

저속으로 배가 전진하는 동안 줄다리기 하듯 낚싯줄을 잡아당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계로 낚싯줄을 감기 시작한다. 300여m 정도의 줄 길이 때문에 삼치가 올라오는 모습은 한 참을 기다린 후 확인 할 수 있다. 

“낚싯줄의 길이가 워낙 길기 때문에 삼치가 걸린 위치에 따라 손맛이 다르다. 가까운 곳에 물리면 우리가 일반적인 낚시를 할 때 흔히 입질이 온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만 먼 곳에 물리게 되면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김영환 어업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낚시 바늘이 70여개나 된다고 해서 여러 마리가 물릴 때 까지 기다리면 안된다. 한 마리가 물었다고 생각하면 바로 끌어 올려야 한다. 삼치가 발버둥 치다 줄에 묶여 상처를 입는 경우가 생기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실제로 올라오는 삼치 중 일부가 낚싯줄에 몸이 휘감겨 오기도 했다. 이러한 경우는 미끼를 문 위치가 달랐다. 주둥이의 위아래가 아닌 옆에 물린 것이다. 

새벽에 시작한 조업은 정오까지 이어졌다. 한 번 낚싯줄을 놓으면 두 마리 이상 물던 것이 한 마리도 없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다. 삼치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신호라고 한다. 갑작스레 무전이 시끄러워 진다. 다들 상추자도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진영호도 마지막 낚싯줄을 올리더니 속도를 높여 상추자도에 있는 추자도수협 위판장으로 향한다. 

일정 정도 길이 이상의 삼치만을 골라 노란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잰다. 마릿수는 상관없다. 무게 단위로 가격이 정해진다. 대풍은 아니지만 김영환 어업인의 얼굴에 미소가 띈 것을 보니 나쁘지 않은 가격인가 보다.  

삼치는 제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어획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어장이 형성되는 곳이 제주이며 추자도 인근 바다가 대표적이다. 과거 1980년대의 경우 추자도 삼치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그만큼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매년 10월말부터 하추자도 인근에는 삼치와 힘겨루기를 하는 어선들로 가득 메워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