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에 어업의 틀에서 깨어난 양식업
111년 만에 어업의 틀에서 깨어난 양식업
  • 이명수
  • 승인 2019.10.30 18:30
  • 호수 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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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지난 8월 27일 법률 제16568호로 ‘양식산업발전법’이 제정·공포되었고 2020년 8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양식산업의 중요성이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드디어 111년 만에 양식업이 어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 수산관련 최초의 법률인 ‘어업법’이 대한제국 융희 2년인 1908년에 제정될 때부터 양식업은 어업의 한 범주로 간주되었다. 즉 ‘어업법’에서 어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수산동식물을 채포 또는 양식하는 업’이라 하여 양식업을 어업이라는 틀 안에 가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격히 어업과 양식업은 다르다. 즉 어업(Capture Fisheries)은 자연의 수산동식물을 채포하는 사업이고 양식업(Aquaculture Industry)은 수산동식물을 인위적으로 기르거나 증식하는 사업으로서 학술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산관련 법령에서 1908년 이후 지금까지 양식업을 어업이라 하였다. 즉 1911년 ‘어업령’, 1929년 ‘조선어업령’, 1953년 ‘수산업법’ 제정을 걸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개념을 변함없이 통용되어 왔다. 어업 속에 양식업을 포함시키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일본의 ‘어업법’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현재 일본의 ‘어업법’ 제2조에서는 어업은 수산동식물의 채포 또는 양식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식산업발전법’이 제정되기까지는 매우 기나 긴 여정이 있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수산양식산업육성법 제정 및 친환경양식 연구’를 수탁하여 2011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연구를 통해 ‘양식산업발전법’ 제정안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2014년 12월 정부입법으로 법안 제정을 제안하였으나 의결되지 못하고 2015년 6월 안효대 의원 등 24명이 의원입법으로 제안하였다. 그러나 2016년 5월 19대 국회가 임기 만료되면서 2개의 법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20대 국회가 2016년 개회되면서 같은 해 12월에 유기준 의원 등 22명이 발의하여 2년 8개월간의 상임위, 소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2019년 8월에 8장 77개 조문의 ‘양식산업발전법’이 제정·공표되었다. 법안제정 연구를 시작한 지 약 8년, 법안 상정한 지 4년 8개월만이다. 이렇게 동 법안의 제정이 어려웠던 점은 양식면허심사제에 대한 업계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핵심은 법률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양식산업을 국가의 중요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양식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목표 설정 및 국가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토록 하는 것이다. 즉 해양수산부장관은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양식산업의 발전을 위한 목표를 수립함과 아울러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식업자 등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해양수산부장관은 5년마다 양식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지역실정에 맞는 양식산업발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수산업법’ 및 ‘내수면어업법’에 있는 양식업 관련 규정을 통합하여 모든 종류의 양식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육성 및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즉 해수면 및 내수면의 모든 양식업의 면허 및 허가 등에 관한 규정을 동법으로 통합하여 법률적으로 양식업에 관한 행정이 일원화되었다.

세 번째는 양식수산물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양식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하여 면허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해양수산부장관이 면허에 대해 심사·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양식장 관리에 대한 양식업권자의 관심을 높이고 투자를 촉진하여 수질환경을 보존하고 양식업의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네 번째는 양식업권의 임대차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양식업의 규모화를 도모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어촌계나 지구별 수산업협동조합, 영어조합법인 외에 업종별 수산업협동조합, 어업회사법인도 양식업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섯 번째는 양식업의 규모화 등 양식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양식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양식업자 사이의 협업경영 촉진 등 양식업의 규모 확대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양식산업의 육성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일정한 해역 등을 양식산업단지로 지정·조성하며 양식 기술개발 지원 및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양식산업 창업지원 및  양식산업과 관련한 국제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시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항과 양식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이 동법의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식산업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이다. 즉 양식업을 어업에서 분리하여 양식업을 별도로 규정하고 양식산업은 양식업과 양식관련사업(양식용 종자·사료·약품·기자재의 제조·생산업과 양식수산물의 운반·가공·유통·판매 등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으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의 수산업이 종래의 어업, 어획물운반업, 수산물가공업, 수산물유통업에 양식업이 추가되었다. 바야흐로 양식업이 법적으로 독자적인 산업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양식업 면허 및 허가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준비되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이 법이 실질적으로 발효되어 양식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의 제정과 국가 계획의 수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양식산업단지 지정, 양식산업 관련 기술개발 지원, 양식산업 전문인력 육성, 양식컨설팅 지원, 양식창업 지원, 양식업자에 대한 보조 등에 관한 대상·방법 및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 및 해양수산부령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의 양식산업 발전 목표 및 정책방향과 양식산업발전 기본계획의 수립도 미리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이 법 제정에 대하여 업계에서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 380만톤 중 61%인 231만톤을 생산하는 양식업의 발전을 위한 법률의 제정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이 법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양식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모두의 지혜가 모아질 때라고 본다.

‘양식산업발전법’ 제정은 2019년 해양수산분야 10대 뉴스에 오를 만한 잇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법 제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가 않은 듯하다. 오랜 기간 진통을 겪으면서 제정된 이 법이 우리 양식업계는 물론 우리 수산업계 및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는 물론 많은 전문가들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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