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양식 어가, 일본 수출 막힐까 ‘노심초사’
굴양식 어가, 일본 수출 막힐까 ‘노심초사’
  • 배석환
  • 승인 2019.10.23 17:29
  • 호수 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격 굴 시즌 한·일 무역 분쟁…소비부진 우려도

일본의 근거 없는 경제보복조치로 시작된 한·일 양국 무역 분쟁으로 인해 본격적인 굴 시즌이 돌아왔음에도 남해안 굴양식 어가들 표정이 밝지 않다.

이런 불안감에도 지난 10월 17일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위판장에서 진행된 굴 초매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갔다. 어업인들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강석주 통영시장, 경남도의회 의원과 통영시의회 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량은 10㎏들이 상자로 8000여개 정도로 지난해 6000여개에 비해 25% 정도 증가했다. 가격은 평균 6만원대로 지난해 8만원대에 거래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려갔다. 

지홍태 굴수하식수협 조합장은 “굴 수출 물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젊은층을 겨냥한 자체 브랜드와 가공품 개발을 통해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굴양식은 전체적으로 ‘굴 비만도’가 좋아 지난 몇 년간 굴 수요 하락세를 극복하고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례적인 가을 태풍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굴양식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따라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난해처럼 갑작스럽게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굴을 소비하는 나라는 대표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이다. 특히 일본의 소비량이 많은데 우리나라 굴 최대 생산지인 통영의 경우 지난해 일본으로 수출된 냉동굴은 총 3930톤, 생굴은 159톤이며, 특히 냉동굴의 경우 전체 출하량의 50% 이상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음식물 수입에 있어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 일본이지만 통영굴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수출허가를 받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굴양식 어가들은 지난 7월 시작된 일본 경제보복으로 수출길이 막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진우 한국굴가공협회장은 “일본으로 수출되는 굴은 대부분 냉동굴로 40~50% 정도가 일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본시장 판로가 막힌다면 굴 산업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한 두 해 지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루빨리 양국관계가 호전되길 바랐다.

당장 수출물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수입통관 절차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 되면 정부나 관련업체에서 대응방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 

자금지원, 신상품 개발, 해외 시장 개척 정도를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자금지원의 경우 여력이 있는 빚에 빚을 더한 것이라 실효성이 없다.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 역시 그동안 국내 굴소비 촉진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굴은 냉동보다는 생으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해마다 그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특유의 냄새와 여름이면 들려오는 패류독소 때문에 젊은 층에서는 생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냉동굴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공식품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이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이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일본 시장을 단정해서 예측할 수 없지만 기존 거래하던 일본 마트의 속사정이 지금 굴가공업체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반대로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굴 제품을 마트에 진열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별개로 정부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업체들의 노력이 헛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