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문화마당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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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미
  • 승인 2019.10.16 17:27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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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 저자: 이찬혁 ◼ 출판사: 수카

우리가 노래하듯이, 말하듯이, 헤엄치듯이 살 길…

 

“난 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이찬혁의 첫 번째 소설이 출간되었다. “평소 가진 생각을 음악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그는, 삶의 가치관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녹여냈다. 2019년 가을 한날 발매된 악동뮤지션 정규앨범 『항해』와 세계관을 공유한 작품으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짙고 푸른 물음과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는 것의 의미, 빛나는 삶의 순간에 대한 그만의 자유롭고 진중한 시선이 담겼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녹음 작업을 하던 ‘선’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가로의 삶이 지금 이곳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작업을 중단하고 1년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여행을 시작한 이후 수많은 예술가를 만났지만 그가 기대하는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오만과 망상으로 가득했고 하나같이 이상한 세계에 도취되어 있었다. 여전히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은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맞이하고 깊은 밤 파도가 부서지는 갑판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단발머리를 한 여자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삶을 뒤흔들 만남. 남은 여정을 그녀와 함께하며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답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던 선은, 한편 그녀에 대한 깊은 의문과 함께 불안에 점점 휩싸이게 된다.

『물 만난 물고기』는 상상을 뒤집는 강렬한 스토리, 탄탄한 구성력을 동원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자유와 통제의 대비,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상흔, 삶의 의미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성급하고 단편적인 해석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소설의 의미를 발견해주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마음껏 소설 속을 유영하며 깊이 호흡하고 한편 각자의 삶을 묻고 답하기를 권한다.

◆책속으로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난 어렸을 때부터 술을 먹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마시지 않았어. 왜냐하면 난 내가 안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난 토마토를 먹을 거야.”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말을 했다. “이건 말한 거고.” 그리고 방울토마토 두 개를 입 안에 넣고 씹더니 보란 듯이 과장된 동작으로 삼켰다. “이건 지킨 거야.” -93쪽

“음악이 없으면 서랍 같은 걸 엄청 많이 사야 될 거야. 원래는 음악 속에 추억을 넣고 다니니까.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추억도 새로 산 서랍 속에 넣고는 겉에 ‘작은 별’이라고 쓴 테이프를 붙여놓아야 할걸. 아마 번거롭겠지. 근데 그럴 필요까진 없어. 우리에겐 바다가 있으니까. 바다는 아주 큰 서랍이야. 우린 먼 훗날 바다 앞 모래사장에 걸터앉아서 오늘을 떠올릴 수도 있어.” -52쪽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이 갈대밭이 우리의 마지막 자유라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웃옷과 바지를 벗어 던졌다. 해야는 이상한 나의 행동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벌거벗은 채로 정갈한 갈대밭에 미친 사람처럼 도약했다. 지금부터 그려질 갈색 도화지 위의 작품은 오직 해야를 위한 것이었다. -43쪽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생긴 이유는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두 눈으로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았다. -152쪽

특별한 자리에 핀 꽃들 대부분은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죽어요. 여기 있던 파란 꽃들은 하얀 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하얀 꽃을 얼마나 따돌리고 무시했을지 생각해봐요.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 나의 역할은 그런 꽃이 아픔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을 때, 태어나자마자 잘라주는 거예요.” -149쪽

<자료제공-인터넷 교보문고·YE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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