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실태 파악, 수협이 나서야 한다
어촌 실태 파악, 수협이 나서야 한다
  • 이명수
  • 승인 2019.10.16 17:23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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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

 

“어촌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 및 지도 지원사업의 기초로 제공하는 것. 이것은 수협의 의무다. 하지만 어촌정책 추진을 위해 별도의 조사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정보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수협의 역할론을 다시한번 새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협에 가면 어촌에 대한 각종정보가 다 있다’ 라는 말이 듣고 싶다. 더 나아가 어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수협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어촌은 농촌과 더불어 우리에게 정서적 고향이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 언제든 찾아가면 넉넉하고 기쁘게 반겨주는 곳이다. 비록 찾아가는 길, 체류하는 동안 도시에 비해 불편함이 있지만 늘 가고 싶은 장소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촌이 미래에도 그곳에 존재하기를 바란다. 여느 때처럼 위로가 되어 주는 바로 그런 고향으로.

사실 우리의 어촌은 그간 많은 희생을 해왔다. 우리나라의 공업화 과정에서 농촌과 함께 어촌은 도시 노동의 공급원이었다. 이촌향도(離村向都)라는 말이 이 시기부터 흔하게 쓰였다.
 
오늘날의 서울, 수도권은 아마도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촌에서 보면 오늘날 심각한 인력난을 야기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노동의 이동 뿐만 아니라 공업화과정에서 정책적 관심 및 지원도 어촌보다는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촌의 정주여건은 개선되지 못했다. 이 점은 어촌에 새로운 인구유입을 막고 인구를 감소시키는 현실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어촌의 인구소멸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수산정책에서도 어촌은 큰 관심이 되지 못했다. 실제 199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의 수산정책은 수산물생산 증대가 주된 관심사였다. 1990년 중반 이후 수산자원관리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했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어촌에 대해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조금씩 관심을 기울였다. 그것도 하드웨어 구축 위주였다. 근래 10년 사이 귀어귀촌 정책 등이 중요한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이제야 어촌이 제대로 관심 받고 있다. 최근 어촌에 대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사업이 다양한 만큼 어촌에 대한 지원이 커진다는 것이고 정책수요를 발굴하고 충족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6차산업화사업, 어촌 뉴딜300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어촌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과연 현재 우리에게 어촌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있을까? 긍정적 답변을 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너무 궁색하다.
 
수협중앙회에서 ‘어촌계분류평정 및 현황’ 책자를 매년 발간하여 어촌계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수록 정보가 많지 않고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게다가 발간시기도 늦춰져 하염없이 이 책자의 발간을 기다릴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사업주체들은 별도의 어촌정보 수집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 10개의 6차산업지원센터 등에서는 어촌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별도 조사를 한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어촌의 유휴시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조사 중이다. 이들의 조사 내용을 보면 어촌계 조사의 내용과 유사하다. 다만 그 항목별로 조사하는 내용의 깊이만 다를 뿐이다.

어촌계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협의 계통조직이다. 어촌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은 물론 자료 제공의 의무도 수협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어촌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 및 지도 지원사업의 기초로 제공하는 것. 이것은 수협의 의무다. 하지만 어촌정책 추진을 위해 별도의 조사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정보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수협의 역할론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지도사업은 직접적으로 우리 어업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을 통해 어업인들의 삶이 향상될 수 있도록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촌의 실태파악, 정보제공 등에 수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수협에 가면 어촌에 대한 각종정보가 다 있다’ 라는 말이 듣고 싶다. 더 나아가 어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수협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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