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선원’ 잊혀선 안될 우리 역사
‘순직선원’ 잊혀선 안될 우리 역사
  • 배석환
  • 승인 2019.10.10 18:32
  • 호수 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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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차원 지원 선원 근로여건 개선 해야

제41회 순직선원 위패봉안 및 합동위령제가 지난 7일 부산 영도구 태종대공원에 마련된 순직 선원 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매년 음력 9월 9일 중량절에 열리는 위령제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수협중앙회 등 7개 기관이 주관했으며 이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수산·해운단체 관계 및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23위 위패가 추가로 봉인됐고 1979년부터 봉인된 위패는 9228위로 늘었다.

■우리나라 첫 원양어선사고 생존자 문인리씨 
망망대해에서 운명을 달리한 선원들의 넋을 하늘도 슬퍼하는 듯 비가 내린 이날, 우리나라 원양 역사상 첫 조난사건으로 기록된 ‘제2지남호 침몰사건’의 생존자인 문인리(80세)씨를 만날 수 있었다. 

1963년 12월 30일 사모아 해역에서 발생한 참사는 23명 선원 중 단 2명만 살아남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아침 일찍 참치 조업을 시작했던 제2지남호는 오후 조업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뒤집혀 순식간에 바다에 가라앉았다. 101톤 규모의 제2지남호는 원양어선 크기로는 작은편에 속한다. 구조신호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침몰한 것이다.

“원양어선 크기가 크면 가라앉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탈출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지만 제2지남호는 크기가 작은 편에 속했던 어선으로 순식간에 침몰했다”며 “다들 추위와 몰려드는 상어로부터 자기 목숨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선장의 지시로 근처 섬인 라카한카섬까지 헤엄쳐 구조요청을 할 4명을 선발했고 그 4명중 한명이 나였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해 줬다.
 
4명이 출발했지만 20마일 이상 떨어져 있던 섬까지 도착한 인원은 2명. 문 씨와 정명진씨다. 그나마도 해변에 기절한 채로 쓰러져 있던 것을 섬 주민들이 발견했을 만큼 무모한 시도였다. 문 씨는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섬까지 수영을 해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한다”며 “혼자만 살려고 헤엄쳤다면 포기했을 수 있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동료 선원들의 생명을 짊어지고 가야했기에 뚜렷한 목적의식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씨가 발견되고 의식을 되찾은 시간은 정확하진 않지만 새벽이라고 한다. 얼마나 지체됐는지 모르기에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섬은 영국이 위탁통치하고 있던 터라 영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통신시설을 24시간 운영하지 않았다. 아침이 돼서야 근처 섬에 조난사실을 알렸고 여러 단계를 거쳐 뉴질랜드 공군에까지 소식이 닿았다. 한고비 넘겼지만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곧바로 구조를 할 수 없다는 것. 구조비용문제로 우리정부와 협상을 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20시간 이상 허비하고 구조에 나서게 됐지만 출발 했던 그 장소에는 선원들은 없었고 잔해뿐이었다.

문 씨가 더욱 안타까워 하는 것은 “당시 비슷한 시기에 외화벌이에 나섰던 파독광부나 간호사들의 사연은 국민적 관심을 끌었지만 사고를 당한 원양선원들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졌다”며 “원양어업은 국가에서 주도한 사업이니 이들을 추모하는 것도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예비 불법 어업국인 IUU(Illegal·Unreported·Unregulated, 불법·비보고·비규제를 뜻하는 예비 불법 어업국)에 지정되고 올해 또다시 불명예를 경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총어획량 47%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산업에 있어 중용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변함없다. 이러한 발판의 초석이 됐던 것이 바로 제2지남호와 같은 어선들이 어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그럼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시신 수습과 선체 인양 등 그동안 순직선원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이들의 역사를 기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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