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어가, 연이은 태풍이 남긴 상처 이겨내며 ‘피해복구 구슬땀’
양식어가, 연이은 태풍이 남긴 상처 이겨내며 ‘피해복구 구슬땀’
  • 배석환
  • 승인 2019.10.02 19:48
  • 호수 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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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키운 ‘바다농사 하루아침 물거품’
급변하는 기후…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 ‘필수’

제17호 태풍 ‘타파’로 인해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가 절반 이상이 피해를 본 여수시 남면 화태도. 가두리 양식장으로 메워져 있던 바다는 태풍이 할퀴고 간 잔해가 여기저기 널려져 있어 양식장으로써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여기에 제18호 태풍 ‘미탁’ 연이어 올라와 전남 지역에 최대 600㎜까지 비를 뿌리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고난에 굴하지 않고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며 희망을 피워내고 있다.

74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으며 145명의 어촌계원들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화태도는 본래 돌산도 신기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었지만 지난 2015년 12월 화태대교가 개통되면서 육지화 됐다. 

 

여수시에서 가장 많은 조피볼락(우럭)을 양식하는 곳으로 피해가 집중된 곳은 화태도 묘두마을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이다. 

박민호 화태도 어촌계장은 “56어가 정도가 양식장을 하고 있는데 이번 태풍으로 28어가에서 피해를 봤다”며 “2003년 매미 때 이후로 가장 큰 피해다. 묘두 인근 바다는 태풍이 불어오는 방향에 산이 둘러싸여 있어 매년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쪽 방향이 아닌 사방에서 돌풍이 불어와 생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해안가로 떠밀려온 컨테이너박스, 스티로폼 등 각종 가두리 양식장 관련 잔해들을 가리켰다.

피해를 입은 양식장은 설치된 기간이 다소 오래된 나무 울타리로 만든 가두리가 대부분이었다. 플라스틱재질의 울타리(파이프)로 교체한 어가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키워낸 양식수산물을 싣고 있어야 할 어선은 그나마 멀쩡한 전기부품들이 실려 있고, 크레인을 동원해야만 옮길 수 있는 부서진 컨테이너 안에는 사료가 가득 들어있었다. 

엄두가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업인들은 묵묵히 복구에 매진했다. 자원봉사 손길도 힘을 보탰다. 여수수협 직원들과 근처 군부대원들이 버려진 잔해들을 한군데 모으고 해안가로 떠내려 온 컨테이너박스 안의 물건들을 실어 나르며 어업인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줬다.

박민호 어촌계장에 따르면 “양식 어가에서 태풍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가 생활자금”이라며 “정부에서 지원되는 재난지원금에는 냉동창고, 울타리 등 시설물에 대한 금액이 포함돼 있지 않다. 금전적 여력이 되는 어가의 경우는 다시 양식장을 설치하면 빠른 시일에 경제적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어가는 생업을 포기하거나 빚더미에 올라앉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를 대비해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 정책보험 중 하나인 양식수산물재해보험(재해보험)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어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된 것으로 넙치로 시작해 2017년 터봇·메기·향어가 추가되면서 보험목적물은 현재 총 28종이며 양식시설에 필요한 부대시설도 재해 범위에 포함돼있다. 그럼에도 지난 2018년 기준 재보험 가입률은 44.3%에 머물고 있다. 

낮은 가입률의 원인 중 대표적인 이유로 어업인들이 생각하는 보상기준과 해양수산부에서 정한 해상가두리어류양식 표준사육기준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표준사육기준은 객관적인 보험료 산정을 위해 해수부에서 만든 것으로 그물크기 가로5m×세로5m×깊이5m 기준으로 조피볼락의 경우 12cm 이상~16cm 미만 크기는 9000미까지 입식해서 키울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이 이상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실제 양식어업인들이 기르고 있는 마릿수는 2배 이상 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보상금액이 절반 이하인 셈이다.
 
“어종과 특약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지만 보통 적게는 평균적으로 양식어가 대부분이 국가지원금(보험료 50%)을 제외하고 1000만원 이상 보험료를 부담 하고 있다”는 박민호 어촌계장은 “여기에 계절별로 취약한 어종이 다르기 때문에 특약이 들어가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보험료로 인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이라고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한 속내를 비췄다. 

전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상관측 이래로 9월에 3차례나 태풍의 영향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따라서 재해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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