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수산업 위기, 국가와 수협이 함께 노력해야
거문도 수산업 위기, 국가와 수협이 함께 노력해야
  • 이명수
  • 승인 2019.09.25 18:53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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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박사

 

거문도는 여수시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다도해 최남단의 섬이다. 

동도, 서도, 고도의 세 섬이 병풍처럼 둘러싸 형성된 내해(內海)는 100만평 규모의 천연 항만이 호수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은 큰 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항구로서의 역할,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자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안전한 대피장소이면서 수산물 양식 적지이기도 하다.

거문도 사람들은 일찍이 울릉도까지 항해하며 고기를 잡았고 마포나루에서 수산물을 거래하기도 했다. 거문도에서는 중국 한무제 때 제조되어 약 900년간 국제화폐로 통용되었던 오수전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 일찍이 동북아시아 해상교통의 주요 거점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거문도는 경복궁 다음으로 전기가 들어왔고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장과 당구장이 설치되었다. 부동항 확보를 위해 동해로 진출하는 러시아를 저지하고자 영국군이 거문도를 무단 점령한 ‘거문도사건’의 영향이다. 영국군과 거문도 처녀의 사랑 이야기도 애틋하며 ‘신지끼 인어’의 전설도 전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관광자원을 간직한 거문도이지만 육지로부터의 접근성은 의외로 매우 취약하다. 여수에서 여객선이 하루 1회(하절기 2회), 고흥에서 카페리선이 하루 1회 왕복하며 이마저도 기상조건 악화 시 연중 100일 이상 배편이 결항되어 고립되기 십상이다.

열악한 정주여건으로 섬 내 인구는 2010년 2638명에서 2019년 현재 2100여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19세 이하 학령기 연령층의 감소가 심각하며 관내 초등학생은 34명, 중학생은 16명뿐이다. 

거문도의 주력 산업은 대부분 수산 관련 산업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여파로 오랜 세월 이어온 수산업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1918년 설립 이후 101년의 긴 시간 동안 어업인과 함께 성장해 온 거문도수협도 이제 더 이상 “더(The) 강한 수협, 더(More) 돈 되는 수산”을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거문도수협은 육지에 소재하고 있는 수협에 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첫째 육지로부터 거문도수협 본소가 소재하고 있는 고도까지는 여수항으로부터 뱃길로 87km가 떨어져 있다. 쾌속 여객선을 타면 2시간 이상 소요되고 화물선은 3시간 이상 걸린다. 이에 따라 장거리 해상운송 조건으로 인하여 관내 양식어종의 적기 출하가 용이하지 않다.

둘째 양식 수산물 해상운송과 양어용 사료 조달에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 연간 어업인이 직접 부담하는 수산물 운반료는 7억4000만원에 달한다.

셋째 거문도수협은 4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위판장과 좁은 항포구로 인해 ‘거문도 은빛갈치’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대형 갈치어선의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위판사업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넷째 적은 인구와 한정된 지역에서 수협, 농협, 우체국 등 3개 금융기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문도수협은 만성적인 자금조달 곤란 및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에 대내외 경제상황의 변화로 인한 고액자금 인출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거문도수협은 사업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법’ 제123조 제1항에서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4항에서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제5항에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즉 거문도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며 국가는 거문도 주민들과 거문도의 어민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거문도지역 수산업 및 수협의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활어차 운반선 건조 보조사업이 절실하다. 거문도수협은 중매인이 없이 조합 직원들이 직접 조합원들이 생산한 수산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일반 화물선 임대업자에게 지불하고 있는 높은 활어 운송비를 절약하고 양식 수산물의 적기출하를 보장하기 위해 활어차 운반선 건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산지위판장 현대화가 시급하다. 조합은 구 위판장이 낡고 비위생적이어서 현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자금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도서지역 수협의 열악한 재정여건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이외에 조합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비율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정된 인구와 고립된 도서지역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예탁금을 아무리 적립해도 육지지역과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기초적인 유동성자금 확보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산정책자금 배정에서도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배려가 절실하다.
 
넷째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거문도의 어민들은 수산물 생산 이외에도 국가의 해양 영토방위, 해상사고 발생 시 인명구조, 해양문화재 발굴, 수산자원 관리, 해양쓰레기 수거, 중국어선 불법조업 감시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며 근거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견인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3400여개의 섬이 있다. 이 섬들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이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수협은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이 결성한 자주·자조적인 조직이다. 국가는 해양영토 주권을 공고히 하고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수협은 조합원의 권익보호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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