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민의 국민청원…이제 시작이다
한 어민의 국민청원…이제 시작이다
  • 이명수
  • 승인 2019.09.04 18:39
  • 호수 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수
yh7958@suhyup.co.kr

 

“왜 어민이 농민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합니까?”

평생 바다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한 어민이 “농부는 논·밭에서 키운 것을 내다 팔아도 세금 한푼내지 않아도 되고 인삼이나 과일 같은 것을 키워 10억원어치를 내다 팔아도 세금을 면제해 주는 기가 막힐 소리를 들었다”며 청와대 문을 두드린 바 있다. 농민과는 달리 어민은 3000만원부터 세금을 내야하는 공평하지 못한 수산세제를 시급히 개선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낸 것이다. 농업은 소득세 혜택을 받고 있으나 어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부당성을 알리면서 반드시 시정돼야 함을 호소했다.
     
8월 2일 시작된 이 어민의 국민청원은 9월 1일 청원 종료일까지 2만8310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정치·사회적 이슈가 달린 국민청원 동의수에 비해 새 발의 피 정도라고 여길 수 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농산어촌분야 동의 참여자수로는 단연 1위다. 농산어촌 분야에서 수천여명대의 동의자를 이끌어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단단위수의 참여자가 다반사고 고작해야 수십, 수백여명 선이다. 수천단위 참여자는 정말 손꼽을 정도다.

동종업계의 참여도가 낮은데다 농산어촌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사실상 제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청원에서 3만명 가까운 참여자를 이끌어낸 것은 서프라이즈다.
 
수산계나 어촌사회에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도 지켜봤다.
    
어업인들은 이번 국민청원을 보고 똑같은 1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농업보다 못한 차별적 대우에 발분(發憤)했다. 목숨을 담보하며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처지를 원망했다.
 
국민청원 과정에서 불평등과세 사실 조차 몰랐다는 어촌사회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까지 했다.
   
폭발적 관심으로 동참자를 이끌어낸 이번 국민청원이 시계제로인 어업현실을 타파하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 수산계는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협을 비롯해 수산계에서는 그동안 농업과의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시정을 요구하는 어정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일부 세제개선은 있었으나 이번 국민청원에서 제기된 불공정세제는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세금 직격탄을 맞고 있는 어업인이 억울함을 직접 호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적잖은 호응도를 얻어낸 국민청원이었지만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책상과 현장과의 괴리감이 새삼 느껴졌다.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접근하지 못한 어업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어촌고령화의 단면이다. 첨단의 이면(裏面)에 있는 어촌 고령인들이 PC,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청원을 하고 싶어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수협인들이 어촌현장을 방문해 방법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지만 현실적 한계를 시원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불평등과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어촌사회에 전파함으로써 공감대를 모으는 성과는 거뒀다. 한 어민의 국민청원은 끝이났다. 하지만 어촌사회를 뜨겁게 달군 그 열기는 식지 않아야 한다.
 
수산계는 불공정한 수산세제를 바로잡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수협인들은 그 중심에서 소명감을 갖고 세제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제2, 제3의 국민청원이 나와야 한다.
     
청와대, 해양수산부, 세정당국은 이번 국민청원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 어민의 정당한 국민청원이 결코 헛되서는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