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노닐던 돌담길 ‘추도’
공룡이 노닐던 돌담길 ‘추도’
  • 배석환
  • 승인 2019.09.04 18:36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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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섬도 있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외딴 섬들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섬이 추도다. 섬을 소개한 책자에 나오기는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다. 배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백야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사도까지 여객선을 탄 후 사도에서 사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공룡섬이란 애칭이 있는 사도는 추도와 마찬가지로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선착장에 서너 대의 어선이 있기는 했다. 수영을 해서 갈 수도 있을 만큼 코앞에 추도가 보이는데도 마음만 타들어 간다.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마을주민이 추도로 뱃머리를 향했다. 추도를 가려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태워야 한다고 한다. 한명만 이동하면 연료비가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섬은 누군가 청소를 해놓은 듯 깨끗했고 어딘가 모르게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대문을 열고 나오는 이는 한눈에 보아도 섬 토박이의 행세는 아니었다. 추도지킴이라 불리는 문화해설사 조영희씨다.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추도를 지켜오면서 느꼈던 이야기가 더해지니 무인도와 같았던 섬이 어딘지 모르게 생기가 느껴진다. 현재 추도는 원주민 정옥심 할머니와 조영희씨 2명이다. 여성 2명만 있는 섬이 돼버린 것이다.
 

 

추도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물이 들어차면 발자국을 볼 수 없기에 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물이 빠져 바다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농구장만 한 크기의 널따란 바위가 여러 겹 쌓여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사선을 탔던 사도가 보인다. 그리고 그곳으로 바위들로 이뤄진 바닷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도와 추도는 일 년에 한 번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기 바다 갈라짐 길로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층리와 단층대가 자연의 조각품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평평한 바위 위로 농구공 정도 크기의 웅덩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공룡발자국이었다. 따스한 햇살에 바위가 달궈지니 점점 물이 증발해 말라가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보이는 발자국 옆으로 걸어 본다. 한 걸음걸음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남해안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 4500만년~6500만년 전)에 살던 공룡들의 흔적이 여러 섬 곳곳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발자국부터 뼈까지 다양한 종류의 화석들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그 학술적 가치가 남다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지역들을 ‘한국백악기공룡해안’이라는 제목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추도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형성된 아시아 공룡 발자국 중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이라 한다. 총 1800여점의 발자국이 발견됐으며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조각류와 네 발로 걷는 목 긴 용각류가 주를 이룬다. 이밖에도 연체동물 화석, 개형층 미화석, 무척추동물 생흔화석 등을 볼 수 있다. 

길은 마을로 다시 마을로 이어져 있다. 몇 가구 남지 않은 마을 한가운데로 놓여져 있는 돌담은 여름에 밀려오는 태풍과 해일, 겨울의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가축과 가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다. 길은 폐교로 이어져 있다. 홀로 남겨져 있는 소녀독서상이 이 부지가 학교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저 멀리 작은 어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추도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다. 경계를 하던 멍멍이도 어느새 낯이 익었는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점점 멀어져 가는 추도의 모습에서 저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그저 바람이 흘러가듯 놓아두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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