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껍질 속 진한 풍미 ‘젓새우’
투명한 껍질 속 진한 풍미 ‘젓새우’
  • 배석환
  • 승인 2019.08.07 19:29
  • 호수 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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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형 닻자망 어업 강화만의 젓새우잡이 밀착 현장
‘맛·모양’ 모두 최상품…엷은 연분홍빛의 인천 젓새우

강화도와 교동도 그리고 석모도 사이를 강화만이라 부른다. 그중 최상의 젓새우가 나오는 곳은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 구간으로 물살이 거세 새우를 잡는 데 사용하는 자망을 설치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다.

어선들의 집결지는 남산포선착장이다. 남산포구에 물이 빠지면서 뱃머리가 훤히 들여다보이기 시작하자 어선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낯선 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외국인 선원들이 먼저 조업 나갈 채비를 마친다. 잠시 뒤 현상록 대흥호 선장과 바다로 향했다. 포구에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정박했다.

 

“교동도 앞바다에 보이는 대부분의 부표가 젓새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초망과 해선망이 더 많지만 교동도는 대부분 닻자망으로 어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상록 선장의 말이다. 닻자망은 전통 어법은 아니다. 자망과 주목망 사이에 위치한 개량형 어법으로 주로 새우나 멸치 그리고 꽃게를 어획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갈고리가 달린 기다란 막대로 부표를 건져 올린 뒤 재빨리 사이드드럼에 감아 그물을 끌어 올린다. 그물코가 촘촘하기 때문에 조류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묵직한 진동이 어선 전체를 휘감고 이내 그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보통 자망 어선들은 양망기를 통해 그물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닻자망의 경우 뻗침대라 부르는 길고 단단한 재질의 막대가 그물을 벌려주고 있기 때문에 양망기를 사용할 수 없다. 대신 갑판 위 양 옆으로 2개의 쇠막대가 각각 설치돼 있는데 이 쇠막대가 그물이 꼬이지 않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올라온 그물은 배 안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다시 바다로 향한다.

 

촘촘한 그물 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젓새우가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에 바구니를 갖다 대고 털어보지만 겨우 몇 마리 큰 새우에 밴댕이가 섞여 있을 뿐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은 대흥호가 이동을 하기 시작한다. 첫 지점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대신 유속이 강해 닻자망을 이어주는 부표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뻗침대가 올라오고 그물을 털기 시작한다. 외국인 선원들의 움직임이 처음과 다르다. 그물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전해진다. 농구공이 들어 있는 것처럼 그물 끝에 무언가 들어있다. 엷은 연분홍빛이 감도는 최상급 젓새우다. 뻗침대 하나에 걸려 있는 그물에서 어획한 젓새우 양이 첫 닻자망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그제야 현상록 선장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처음과 달리 이곳 닻자망은 다시 펼쳐진 채로 바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물을 한곳으로 모아 묶어 바다로 향한다. 아무리 작은 젓새우라 하지만 저런 식이면 그물이 펼쳐지지 않아 잡히지 않을 것이다.

“잡힌 양이 많은 곳은 이렇게 묶어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다시 펼쳐 둡니다. 젓새우가 많이 잡히는 곳의 특징이 유속이 빠른 곳이라 다시 펼쳐두면 그물이 손상되기 쉽고 다른 어종이 섞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현상록 선장의 말이다.

설치한 그물을 모두 올린 뒤에도 조업은 끝나지 않았다. 갑판 위를 깨끗하게 청소한 뒤 곧바로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노란 바구니에 들어있던 젓새우를 커다란 까만색 양동이에 쏟아 붓고 깨끗한 해수로 세척한다. 그리고 세척된 젓새우를 다시 조금씩 모아 마지막으로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니 1/3정도가 줄어든다.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엷은 연분홍빛 감도는 최고 품질의 젓새우를 보면서 다시금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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