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대로 방치할 건가
생명, 이대로 방치할 건가
  • 이명수
  • 승인 2019.06.26 17:41
  • 호수 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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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yh7958@suhyup.co.kr

 

아마 모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극한직업’이란 프로그램을 한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힘들고 열악한 일터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진정한 직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과는 동질감을 찾긴 힘들지만 이름만 같은 코믹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되기도 했다.

직업(職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지만 개인의 능력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교감까지 이뤄내는 가치있는 행위다. 그래서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는 말이 통용되곤 한다.

극한의 직업은 어떨까. 숭고함까지 보태지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극한의 직업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어업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생명과 재산을 담보하는 직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내놓은 보고서에 근거하면 명확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업의 업무상 재해율은 5.56%다. 농업의 0.9%, 광업의 1.25%, 건설업의 0.72%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타산업과 비교한 어업재해율은 최고 12배까지 높았다. 한마디로 엄청난 고(高)위험 직업이자 산업이다. 

어업재해로 인한 사망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협중앙회 정책보험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재해사망률은 4.12%, 장해율은 13.6%에 이른다. 특히 외국인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따라 이들 재해사고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높고 심각한 어업재해는 상당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수산업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기피, 종사자 격감 등으로 인한 삶의 터전 상실과 어촌사회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단백질원인 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연안수역 관리, 국토 방위 및 균형적 이용, 자연보존과 전통문화 유지 등 수산업의 다원적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어업재해를 차단할 체계가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는데 심각성은 더하다. 어업재해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 조차 제대로 없다.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가 없는 현실이다.
 
어업재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룰 전담 컨트롤타워가 없다.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원시스템도 부재다. 안전과 관련한 법과 제도, 장비, 만약의 사태에 대응하는 보험, 안전인식 등이 총제적 부실(不實)이다.
  
세월호 사고 경험을 무색케 할 정도로 우리는 적어도 어업에 있어서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는 셈이다.

오붓한 식탁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는 게 누구 덕택인지 다시금 새겨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격랑(激浪)과 싸우며 극한의 직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돼야 한다.
 
범국가적 인식전환을 시발점으로 해 제도, 조직의 정비 등 대대적 어업재해시스템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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