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伏魔殿), 바다모래채취
복마전(伏魔殿), 바다모래채취
  • 이명수
  • 승인 2019.06.12 19:56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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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yh7958@suhyup.co.kr

 

감사원이 2016년 11월 2일부터 12월 2일까지 연안정비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2017년 2월 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는 곳곳에 허점이 드러난 연안정비사업 실태와 함께 부적정한 바다모래채취이 그대로 드러났다.
 
골재채취업자들이 2008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서·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골재채취단지에서 허가물량 이상으로 바다모래를 채취하고도 축소 신고해왔던 사실이 밝혀졌다.
 
담당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관리부실로 단지관리비를 제대로 징수하지 않아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았다. 실제물량은 확인도 않은 채 골재채취업자들이 제출한 종이 보고서만 보고 관리비를 징수해왔던 것이다. 골재채취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바다모래를 채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 뿐만 아니다. 2018년 12월말로 기간 만료된 서해 EEZ 바다모래채취 재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도 불법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전북지역 어업인 500여명은 서해 EEZ 바다모래채취 재개 시도에 격분하면서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어업인들은 그동안 서해 EEZ 바다모래채취 허가수역 외에서도 모래채취의 흔적인 깊은 웅덩이가 발견됐다면서 불법적 모래채취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골재채취업자들은 이에 아랑곳 않고 모래가 풍부한 곳만 골라 바다모래채취 단지로 신규 지정받으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불법이 점철된 골재채취단지 신규지정 철회, 기초조사가 부실한 엉터리 해역이용영향평가서 폐기 등을 지적하면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마저 무산시켰다. 형식적인 공청회 놀음에 놀아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바다모래채취가 어업인들의 생계 터전을 훼손하고 골재채취업자들의 잇속만 채우는 이권(利權)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감사원 감사결과나 서해 EEZ 바다모래채취 재개 시도 과정에서 다시한번 명확히 밝혀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골재채취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마치 복마전(伏魔殿)인 듯한 바다모래채취가 이어진다면 곳곳에서 불법이 양산될 수 있는가 하며 바다 황폐화는 걷잡을 수 없다.
 
불법으로 파헤쳐진 웅덩이는 물고기의 장지(葬地)로 돌변한다. 서해 EEZ 바다모래채취의 경우 지금까지 서울 남산의 1.5배나 되는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산자원 훼손을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때문에 골재채취업자들이 바다모래채취가 수산자원 고갈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톤이하로 떨어진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다모래채취라는 점도 명확하다.
 
어업인들의 생계 터전을 놓고 이권을 휘두르려는 나쁜 마음과 행위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어업인들 역시 목숨 줄 내놓고 저항할 것이다.
 
하루빨리 바다훼손 행위가 종식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차제에 바다모래채취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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