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어촌여행 '400년의 기다림, 세상에 나온 애도(艾島)'
수협의 어촌여행 '400년의 기다림, 세상에 나온 애도(艾島)'
  • 배석환
  • 승인 2019.06.05 17:54
  • 호수 49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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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처럼 잔잔한 ‘섬’…정원처럼 예쁜 마을
‘고양이섬’으로 변신 준비 관심 집중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항. 사방이 섬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심이 깊은 바다임에도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일제강점기부터 일찍이 수산업이 발달했고 삶이 힘들었던 시절에도 전화는 물론 우체국이 자리할 만큼 부촌이었다. 시간이 흘러 북적거림은 사라지고 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자취를 남기는 곳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나로도항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쑥섬이라 불리는 ‘애도’가 주인공이다. 애도라는 명칭은 2000년대 초반에 바뀐 것이라 한다. 이전에는 ‘봉호도(蓬湖島)’로 불렸다. 쑥이 많이 나오고 다른 곳에 비해 그 질이 좋아 섬의 자랑거리인 쑥이 섬의 이름이 돼 버렸다. 정기선을 탑승하면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만큼 지척이다.
 
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2시간 남짓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보는 것이 효율적이니 다른 일행들과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친 바다의 파도와 바람을 막기위해 만들어 놓은 돌담 뒤로 빨간색의 건물이 눈에 뜨인다. 다른 가옥들과 확연히 다른 구조다. 우체국이다. 지금은 개인 가옥으로 쓰이고 있다. 나로도항은 생선을 냉동하는데 필요한 전기시설과 제빙공장, 상수도 시설까지 가장 먼저 근대화를 시작한 곳 중 한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갈매기 모양의 휴게소는 섬에서 유일한 화장실과 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다. 휴게소 옆으로 산으로 이어진 길부터가 탐방로의 시작이다. 난대 원시림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는 숲은 초입부터 하늘을 보기 어렵다. 나무와 덩굴, 여러 식물로 덮여 있어 혼자서 들어서면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곳이 400여 년 동안 개방되지 않았던 이유는 마을 사람들이 이 숲을 신성시 했기 때문이다. 섬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 바로 이 숲이다. 
숲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곳에 여러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 구전들은 섬을 지탱해온 후박나무, 예덕나무, 육박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 기둥에 고스란히 각인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당할머니 나무’다. 후박나무 기둥에 여인의 젖가슴 형태의 모양이 봉곳하게 올라와 있다. 넉넉한 가슴을 가진 모양이 당할머니의 푸근함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터널 같던 숲을 빠져나오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4월과 5월에는 갓꽃이 주인공이다. 탐방길 왼편으로 애도와 이어진 무인도가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쑥으로 뒤덮인 곳이 되어 버렸다. 경사길을 올라 하늘을 맞닿으니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애도를 찾는 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별정원’이다. 

 

평범했던 섬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소박한 김상현·고채훈 부부의 작은 호미질에서 시작됐다. 애도가 고향인 김상현씨는 중학교 국어선생님이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계획했던 작은 소망으로 버려진 섬의 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다니기 힘들었던 숲길을 개간해 탐방로를 조성한 것이다. 주말마다 섬을 찾아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세월만 8년이 넘었다. 지금은 당당히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 바로 별정원인 것이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심어진다. 꽃과 바다, 그리고 하늘의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귀한 호사다.
 
비탈길을 따라 한참 내려오면 동백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바다와 맞닿아 길게 뻗어 있다. 동백꽃들이 떨어진 길은 돌담길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바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만큼 촘촘하게 쌓아 올려진 돌담은 전형적인 어촌풍경을 자아낸다. 어느새 출발지인 선착장이 보인다. 너무도 조용한 섬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다. 애도에는 다른 섬들과 비교해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개와 무덤이다. 개를 기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마을 주민들이 고양이만 키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무덤의 경우는 섬이란 지형적 특성상 좁은 면적에 묘를 쓰지 않았던 것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고양이만 있는 섬의 특성을 활용해 고양이 섬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진행중이라 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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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9806hYz98pmUho 2019-06-12 18: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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