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은 사무라이
정신줄 놓은 사무라이
  • 이명수
  • 승인 2019.04.17 17:52
  • 호수 4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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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yh7958@suhyup.co.kr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지난 14일 방호복 아닌 양복 차림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11일 일본 수산물 분쟁 상소 판정에서 패널 판정을 뒤집고 대한민국의 승소를 판정한 이후 일본 총리의 행보였다. WTO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었을까?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중국에게 수입규제 해제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있었다. 중국에 불통을 튀기는 것일까?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수산물분쟁 패소 직후 WTO를 기능저하, 무책임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날선 비판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수입규제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경제적 야욕을 앞세워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려는 일본의 뻔뻔한 행태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소위 선진 수산국의 체면을 구기고 자신들이 자랑하는 사무라이 정신까지 방기(放棄)한데 가련(可憐)하기 짝이 없다.
 
가관인 것이 1차 제소에서 승소한 일본은 WTO의 판정을 치켜세우면서 칭찬 일색이었는데 반해 이번 최종심에서 패소하자 WTO를 비난으로 일관하는 글로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망신살까지 뻗치고 있다.
 
어쨌든 일본은 이번 자국산 수산물 수입규제 분쟁 패소 이후 맨붕상태인 것 만은 분명하다. 패소를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충격이 더욱 컸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의 일본산 수산식품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WTO에 수입규제 해제를 내용으로 제소를 했고 WTO는 2018년 2월 패널 판정에서 한국 정부 패소 판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 역시 이 판정에 불복해 관계부처,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송대응단을 구성해 즉각 상소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통상전문 변호사를 특채하고 법리적 오류와 일본 내 환경적 특수성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 최종 판정에 철저히 대응했다.
 
우리의 치밀한 전략이 들어맞아 WTO는 상소심 즉 최종심에서 일본이 승소한 1심 판정결과를 뒤집고 한국 승소 판정을 내렸다. 후쿠시마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합치’였다. 여전히 방사능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일본 후쿠시마 지역 수산물로부터 우리 국민들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키게 됐다는 점에서 쾌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통상비서관실로부터 ‘WTO 일본 수산물 분쟁 최종 판정 결과 및 대응 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치밀한 전략과 젊은 사무관, 공직자들이 중심이 된 소송대응단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소송대응단을 격려했다.
 
어업인과 수협 역시 분쟁 승소에 우리 정부와 협상단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호시탐탐 수입규제 해제를 노리는 일본의 꼼수 차단에도 우리 정부의 지속적 대응을 요망했다.
  
일본은 더 이상의 구질구질한 대응을 삼가하고 참패를 깨끗이 인정하는 사무라이 정신을 되찾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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