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문화가 바뀌고 있다
수협문화가 바뀌고 있다
  • 김병곤
  • 승인 2019.04.10 21:07
  • 호수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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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ikimgon@suhyup.co.kr

단료투천(簞醪投川)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 임하던 장수가 적과 대치 중에 술 한통을 하사받고 그 술을 강물에 쏟아 붓고 병사들과 함께 그 강물을 마셨다’ 는 유래의 고사성어다.

강물에 술 한통 쏟았다고 당연하게 술맛이 날 리가 없었겠지만 병사들은 술을 마신게 아니라 장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힘든 상황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리더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임직원이 합심해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떤 조직이라도 넓은 마음으로 위하고 통 크게 소통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수협중앙회가 권위주의 타파로 새로운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의 중심에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의 솔선수범에서 시작됐다. 경영의 화두로 ‘화합’을 내세운 임 회장은 직원들과 소탈하게 만나고 듣고 화합을 실천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당선인 업무보고 때도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날카롭게 질문하고 일반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공약과 경영소신을 피력하고 동기부여를 우선시했다는 후문이다.
 
취임 첫날부터 파격행보를 보였다. 혼잡한 출근시간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며 차례를 지켰다. 이후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예전에 없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서는 문화가 연출되고 있다. 직접 10층에서 걸어내려 오기도 했다. 청경들의 거수경례를 없애고 가벼운 목례를 하라고 주문했다. 보여주는 의전이 권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직원식당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빈자리를 찾아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직원 식당이 오랜 시간 직원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개선방안을 찾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직이 정해진 규칙은 누구든지 지켜야 하며 지위가 높다고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취임 첫 행보 수협유통을 방문했다. 경제전문가로써의 첫걸음을 떼었다는 평가다. 이어 바다마트를 점검하면서 점심때 준비한 식당이 아닌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시장골목 식당에서 5000원짜리 칼국수를 함께하며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현장점검에서는 설명보다는 고객들의 표정과 대화를 듣고 직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는 전언이다.
 
회장실도 완전 개방했다. 임원이나 부장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직원이나 과장들도 보고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는 이야기다. 실례로 정책보험부와 어촌지원부 과장이 직접 회장에게 보고했다. 의전도 간소화했다. 회장과 같이하면 직원들이 불편하다는 논리가 바탕이 된 과도한 의전과 특혜는 상호간 거리감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임 회장은 유통개선을 위해 이사회 사무국에 혁신지원팀을 신설하고 공약사업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산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부와 국회로 출근하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
 
리더는 중요한 임무를 결정해 주는 것이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조금 무너뜨려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조직원이다. 아직도 수협의 조직문화는 경직된 문화가 잔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직된 조직문화는 성장에 족쇄다. 혁신도 이뤄질 수 없다. 임직원 스스로가 권위주의의 장막 뒤에 숨어 있어서는 안 된다. 리더의 실천하는 변화도 중요하지만 조직문화는 조직원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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