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
“바다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
  • 수협중앙회
  • 승인 2019.03.06 21:41
  • 호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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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았던 100년 전 ‘어부들의 항일 투쟁운동’
재조명되고 있는 자랑스런 역사…육지 만큼이나 소중한 바다의 의미 전달
한반도 정어리로 만든 정어리기름 			   	        사진제공=국립해양박물관
한반도 정어리로 만든 정어리기름 사진제공=국립해양박물관

 

우리 바다를 향한 일제의 침탈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메이지 유신 직후엔 선진 어구어법을 들여와 한반도 연안을 마구잡이로 헤짚었다. 조일통상장정 이후 우리 어장침탈은 본격화됐고 조선 어업인들과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피로 물든 항일투쟁의 역사가 바다에서도 진행된 이유다.

하지만 유사무서(有史無書)와 다름없는 바다의 역사.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엄청난 규모의 수탈과 자원약탈, 종의 멸종, 우리 어부들의 저항에 대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어렵사리 준비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 어부들의 대한독립만세’ 전시회를 통해 항일 투쟁의 기록을 살펴봤다.

◆ 전국 각지에서 발발 어민 항쟁
1883년 일본은 우리에게 서로 나라의 어장을 개방하자는 조일통상장정을 요구했다. 이미 황폐화된 일본의 바다을 내놓고 풍요로운 우리 어장을 약탈해간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이었다.

이후 거제도와 통영, 여수, 경주 감포, 포항 구룡포에 이주어촌이라는 식민 어촌을 만들어 일본 어민들이 이주해 선진 어구어법으로 우리 어장을 황폐화시키며 자국으로 수탈해갔다.

수십년 참고 참았던 민족적 울분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1919년 3·1운동의 물결은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함경북도 함흥 학생들이 주도하고 어민들이 대거 가세하며 거세게 일렁였다. 그해 4월 전남 여수에서는 바닷가와 섬에서 봉화를 피워 만세를 외쳤고 몇몇 어민은 배에 태극기를 달고 그해 12월까지 독립만세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경남 통영에서도 조선 왕실이 소유한 어장을 독점해 어민들에게 빌려주며 폭리를 취한 일본인 카시이 겐타로에 맞서 통영어민대회·경남어업자대회 등의 저항운동이 벌어졌다.

전국 어민들과 함께 일제에 항거한 해양수산인들도 있다. 일제가 만들고 순사들이 지키며 ‘제국주의 수탈의 길’을 안내했던 전남 당사도 등대를 습격한 의병들, 1929년 대파업을 벌인 원산 부두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1930년대 제주해녀 항쟁은 국내 최대 어민저항운동이라는 역사로 남았다. 제주 해녀들은 산소를 공급받으며 해산물을 쓸어 담는 머구리 어법을 도입한 일제에 격렬히 저항했다. 또 일제가 설립한 해녀어업조합이 제주 해녀들의 수산물을 헐값에 수탈해가자 ‘바다의 유관순’ 강관순 선생을 필두로 한 해녀들이 1931~1932년까지 항쟁을 이어갔다. 집회와 시위 230여회, 참여 인원 1만7000여명이 일제의 폭압에 맞섰다.

해양수산부는 일제의 조선 침탈이 1910년 훨씬 전부터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기록이 적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바다 수탈과 일제 강점기 자행된 침탈, 그에 맞선 어민들의 항쟁을 바로 알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기준 해양수산부 해양산업정책관은 “뜻깊은 3·1절을 보내며 그동안 몰랐던 바닷사람들의 독립정신과 헌신을 기리고 선조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바다의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제대로 보자 ‘가슴 아픈 우리역사’
“강치에 대해 몰랐어요. 그런데 강치가 멸종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일본의 악행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있는 강치를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요.” 울산에서 온 이민지(8세)양이 전시장을 빠져나가며 이같이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어민들의 항일 투쟁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지난달 28일부터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4층 테마전시실에서 ‘어부들의 대한독립만세’를 특별 전시하고 있다.

어부들의 항일 투쟁사를 알리고 이 같은 노력의 학술적·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전시는 총 4개부로 △우리 어장을 침입한 일본어부 △우리 바다를 빼앗은 일본제국 △항쟁의 바다 △에필로그 순으로 구성됐다.

우리 바다가 개방되기 전부터 조선 연안에서 자행된 일본 어민들의 불법어업과 1883년 조일통상조약으로 개방된 우리바다에서 벌어진 일본의 어업자원 남획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끊임없이 이에 맞서며 우리바다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조상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우리 바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관람객 최주인(47세·부산 해운대구)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데 바다에서도 (항일)운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어요. 아이들에게 육지만큼이나 소중한 우리 바다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展 ‘어부들의 대한독립만세’는 오는 6월 2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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