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키워주는 아이의 말그릇
엄마가 키워주는 아이의 말그릇
  • 수협중앙회
  • 승인 2019.01.09 19:25
  • 호수 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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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소연 | 출판사 : 더블엔

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채우는 따스한 말그릇
(10개월) “맘맘, 멈멈” (18개월) “갠차나 갠차나” (29개월) “혼자 있고 싶어”
 
(29개월) “아빠 같은데? 아빠처럼 머리가 큰데….” (34개월) “엄마가 하면 지켜볼게요” (44개월) “일본사람들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친구가 되었어요?” (54개월) “엄마 아까 티라노 같았어.” …

일생일대 처음 겪는 프로젝트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아이가 태어났다. 예민한 엄마 껌딱지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워커홀릭이었건만 복직을 포기하고 전업맘의 입장에서 아이의 모습을 다시 보니 그 책임감이 더욱 실감이 난다.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얘는 왜 이러는 걸까?
 
육아책을 봐도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전통 육아법, 스웨덴 육아법 다 찾아봐도 모르겠다. 그렇지, 나는 스웨덴 엄마가 아니고 우리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내가 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인가? 육아서는 그만 덮고 내 아이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가 왜 점점 더 뾰족해지는 것 같은지 게다가 둘째가 유산이 되고 육아에 몹시 지쳤을 때 아동심리상담사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싶었다. 이렇게 시작한 공부로 다음 해엔 독서지도사, 미술심리치료사가 됐다. 꼭 내 아이 육아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니 좋았다.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구나’ 확인하니 무척이나 기뻤다.

10년이 다 된 경력을 출산과 육아로 내려놓은 지 만 2년이 돼 가고 있을 때 가장 지쳤고 우연히 시작한 공부였다. 하지만 상담사 자격을 얻으니 무너졌던 자존감이 살아나서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의 세계는 우주보다 크고 넓었고, 엄마아빠의 바람대로 아이는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잘 커가고 있다.
 
아이와의 별것 없는 일상에서 별것을 발견하는 감동을 기록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글을 쓰고 다듬었다. 특별한 아이, 특별한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 모든 엄마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었고 서로 응원하고 스스로 칭찬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쓰는 내내 엄마작가는 다시 위로받았다.

책속으로
이제야 조금씩 여유가 생겨 되돌아보니 아이는 아이만의 힘이 있었어요. 엄마는 흔들림 없이 믿고 기다리면 되었던 거예요. 그동안 연후에게 조잘조잘 건넸던 엄마의 말이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렷하게 사는 것만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흐르는 대로 지켜보는 것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본문 7쪽

엄마 손을 꽉 잡고 있던 아이 손이 스르르 힘이 풀리더니 자기 가슴을 쓰담쓰담 하며 중얼거렸다. “갠차나. 갠차나. 엄마랑 가치 이뜨면 갠차나.” 해냈다. 이게 뭐라고.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답인사를 한 것도 아닌데 기특하고 감사했다. 어쨌든 아이가 불편해하던 상황을 받아들이고 겪어내기 시작한 게 아닌가. 엄마의 말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만큼 아이가 자랐으니 마음도 자란 것이겠지. 그래도 나는 연후에게 계속 수다스러울 것이다. -본문 44쪽

아빠는 책을 읽을 때도 엉뚱하게 흘러갈 때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다가 뿡 하고 방귀를 뀌었데요” 하는 식이다. 왜 제대로 읽어주지 않느냐고 남편을 타박하려다가 아이가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그냥 두었다. 아이는 실컷 웃고 “그러다가 거북이는 뿌지직 똥이 나와 버렸데요”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이어 나간다. 엄마와 책을 읽을 때는 글 그대로 읽어주어야 하는 아이다. 다른 상상을 유도해보려고 일부러 단어만 살짝 바꾸어 읽어도 지적하던 아이였는데 아빠와는 다른 교감을 나누나 보다. -본문 134 쪽

나는 항상 아이가 평소 먹는 양보다 조금 더 퍼서 준다. 그러면 어쩜 딱 그만큼을 남기는 아이. 오늘은 웬일인지 반찬에도 골고루 손이 가고 퍼준 만큼을 다 먹고 있다. “오, 연후. 어쩐 일이야. 엄마가 준 만큼을 다 먹고!” “엄마, 나는 맛있으면 다 먹어.” 그런 거였구나. 맛있어서 다 먹는 거구나. 아이는 웃고 있는데 나는 차갑게 혼난 기분이다. -본문 193쪽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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