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선거제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협동조합 선거제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이명수
  • 승인 2018.12.12 21:54
  • 호수 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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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수협을 비롯 농협과 산림조합 회장 임기와 선출방식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내년 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협동조합별 관계자들이 나와 정치권과 함께 다양한 토론을 펼친 이 공청회는 현행 중앙회장 임기와 선출방식에 문제가 있으니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사실상의 결론이었다. 

중앙회장 임기와 선출방식의 개선 논의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수협의 경우 이미 중앙회장 연임제한 규정을 풀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이 의원발의로 농해수위에 계류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공청회 직후인 지난 7일에는 황주홍 국회농해수위 위원장이 회장 연임이 한차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중차대하고 시급성을 요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개정 법률안을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법안소위가 무산되기가 일쑤여서 변죽만 울릴 뿐 법 개정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만 든다.
  
현행법상 중앙회장 연임제한 규정이 문제가 있다는 건 정치권이나 정부당국이 다 공감하는 바다.
 
수협법의 경우 연임은 불가하나 중임은 제한하지 않아 4년을 건너뛰어 중임하는 것은 횟수에 제한없이 가능한 단임제와 중임제가 혼합된 요상한 형태다. 단임제의 부작용 뿐만아니라 중임이 계속·반복적으로 무제한 허용됨에 따라 선거과정에서 잡음이 적잖이 발생할 수 있다.
 
중임이 가능하기에 퇴임한 회장이 다시 출마하기 위해 현직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협동조합 사회를 분열시킬 우려가 있어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연임을 제한함으로써 책임있고 안정적인 조직경영을 이끌어 내는데도 현실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어업인 및 수협의 권익신장이나 수산발전의 걸림돌로 이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더라도 4년의 단임으로서는 일관성있고 연속성있는 중장기 사업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기 중 가시적 성과만 지향하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4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레임덕 현상은 원활한 사업수행은 커녕 바람 잘 날없는 조직분위기로 수협과 어업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도 적잖다.
 
때문에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연임제한의 족쇄는 반드시 풀려야 한다.
 
현행법은 회원이 자율적으로 선출한 회장에게 인위적으로 비상임, 단임의 지위만 보장하는 것은 자조조직의 자율적 활동과 발전 보장이라는 헌법상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헌법과 수협법상의 자율 운영 원리에 부합하는 지위 보장이 필요하다.
 
수협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대표성과 전문성이 균형감을 이루기 위해서도 연임제한은 없어져야 한다. 회장의 지위를 비상임·단임으로 제한하는 것은 어업인부터 회장까지 이어지는 대표성을 약화시키고 전문성만 강화하는 것으로 어업인을 위한 결사단체가 아닌 중앙회 조직을 위한 단체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중앙회 개별 사업에 대한 업무집행권은 대표이사가 갖지만 중앙회 경영에 대한 무한책임은 총회·이사회 의장으로 중앙회를 대표하는 회장이 실제적으로 부담한다. 업무집행권자는 연임을 허용하면서 어업인을 대표해 경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것은 책임 경영 원칙에도 위배된다.
 
헌법이 대통령, 대법원장 등의 중임을 제한하는 이유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업무집행권이 없는 회장에 대해서 연임까지 제한하는 것은 법에서 연임을 제한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회원의 대표자 선택권에 대한 자율권도 침해하는 것이다.
 
더이상 국회는 법개정 작업에 미적거리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 세월만 죽이는 건 직무를 유기하는 거나 진배없다. 시대가 요청하는, 어차피 개선해야 할 법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협동조합 표심으로부터 환영받는 2018년 대미를 장식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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