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 
‘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 
  • 김병곤
  • 승인 2018.12.06 01:22
  • 호수 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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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꼬시래기는 망둥어로 알려진 물고기로 자기 살로 미끼를 걸어도 덥석 걸려들곤 한다. 이를 두고 앞뒤 못 가린다는 뜻으로 쓰이며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다 더 큰 손실을 자초하는 한심한 행동을 일컫는 말로 빗대어 말할 때 쓰인다. 꼬시래기는 공격력이 강하고 잡식성이어서 어항에 넣어 놓으면 서로의 몸통을 뜯어 먹어 상처투성이 채로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유사한 동종간의 지나친 경쟁이나 정쟁으로 시간과 그 힘을 허비할 때 ‘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란 용어로 비유한다. 

지금 내년 조합장 동시 선거를 앞두고 협동조합과 농어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 꼭 그런 모양새다. 내년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벌써 과열 혼탁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협중앙회를 비롯 지역별로 잇따라 공명선거 결의대회를 열고 있지만 물고 물리는 상대방 비방이 수위를 넘고 있다. 

더구나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언론매체들을 앞세워 상대방을 흠집 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직 조합장이 상대후보가 될 경우 도가 더 지나치지만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가 제한된 조합장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으면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동안 조합을 경영하면서 조직을 위해 기여한 공로마저 묵살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예로부터 어떤 권력이든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쳐 간다. 조합장이라는 자리도 마찬가지다. 3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쉴 틈이 없이 경영에 매진해온 공도 생각해 봐야 한다. 더욱이 재임기간동안 잠잠하더니만 임기가 끝나가고 선거를 앞둔 마당에 감정을 배설하는 듯한 소인배적 행동들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조합장에 도전하려면 상대의 흠집이나 과거만 뒤집어 헤집는 것보다 조직의 단합과 화합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선관위가 관리한 제1회 선거는 심각한 부정이 난무한 금권 선거였다는 오명을 얻었다. 물론 수협은 올해부터 전국 동시선거부터 전조합에서 완전 적용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관리 하는 선거는 각 조합에서 선거관리 비용을 거출하지만 선관위의 감시 전문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아 후보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감시가 어렵다. 특히 입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 입후자의 행동은 감시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들을 비롯 지인들의 은밀한 활동은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조합장 선거가 혼탁 과열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금권 선거를 차단해야 한다. 조합원이 많거나 적든 간에 돈 없이 선거를 치룰 수 없는 구조가 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요구하는 유권자들도 문제다.   

후보자들은 과열·혼탁을 부추기는 흠집 내기보다 정책선거로 임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 치러지는 조합장 동시선거는 후보자는 물론 조합원 스스로가 혼탁·부정 선거의 감시자가 돼야 할 것이다. 후보자는 경쟁상대일 뿐 원수가 아니다. 협동조직을 함께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이다. 이제 제살 뜯어 먹기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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