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의 별난 맛
가을철의 별난 맛
  • 김상수
  • 승인 2010.09.29 18:58
  • 호수 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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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갈치회

▲ 가을바다를 찾아온 갈치

다시 바다로 되돌아 갈 듯 싱싱한 채로 썰어낸 갈치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바다에 여러 곳이 있다. 제주와 거문도, 남해군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제는 서울에서까지 비행기로 공수해 온 갈치회 맛을 즐길 수 있으나, 채낚기 어업인들이 밤새 잡아 새벽에 어선에서 부린 갈치 맛만 하랴.

▲ 가을 채소와 버무려낸 갈치매운회무침
예로부터 어물전을 들락거리며 맛보거나 귀동냥께나 한 식도락가들은 ‘가을갈치’라 하여 찬바람을 따라온 갈치를 손꼽아 주었는데,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9월 하순에 들면서 갈치에 살이 오르고 제 맛이 드는 중이기 때문. 싱싱한 갈치의 대명사라 할 은빛 찬란한 갈치를 찾아 먼길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

‘꾼’들도 가세해 갈치회맛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데, 막 잡아낸 갈치 은빛 비닐을 호박잎으로 문질러가며 회 썰기에 나서는 중이다. 

구이나 조림은 큰 상관이 없지만, 회나 회무침은 갈치의 찬란한 은빛은 소용이 없으니 잘 거둬내야 탈이 없다. 다음은 날렵한 석장뜨기다. 뼈를 가운데 두고 양쪽의 살만 발라낸 뒤, 이를 어슷하게 썰어 초장과 함께 내니 별난 가을 맛 ‘갈치회’다. 

▲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갈치회 / 갈치와 호박은 음식궁합이 딱 맞는다

한편, 갈치 매운회무침은 다르다. ‘풀치(어린 갈치)’를 막 벗어난 크기의 갈치로 손맛을 내는 것이다.

남해군 토박이들이 청할 때면 뼈 채 어슷썰기로 하지만, ‘갯맛’에 익숙하지 않은 밖엣 사람들이라면 석장뜨기로 하여 굵은 칼국수처럼 살만 가늘게 썰고 여기에 오이·깻잎 혹은 산초잎·양파·매운 고추 등 신선한 야채를 썰어 넣은 다음 초고추장과 깨소금을 치고 버무려 마무리한다.

그 얕은맛이 특히 일품이라니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남해 미조항을 찾아 서둘러 맛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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