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건너 저편 강진만 진주 ‘가우도’
다리 건너 저편 강진만 진주 ‘가우도’
  • 배석환
  • 승인 2018.11.01 09:06
  • 호수 4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라남도 끝자락에 속하는 강진군. 청자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바다와 관련된 이미지가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러한 강진군의 이미지를 변화시킨 섬이 있으니 바로 ‘가우도(駕牛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와 관련된 지명이다. 소가 수레를 끌 때 사용되는 굽은 나무가 멍에인데 그 모양을 닮았다는 것이다. 600여년전 부터 사람이 거주했으며 강진만에 속하는 섬 들 중 유일한 유인도다. 현재 14가구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10가구 정도가 토박이 섬 주민들이고 펜션과 식당을 하는 이들이 들어온 터라 섬의 규모에 비해 가구 수가 많아 보인다.

 

 













강진만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바닷길 한 가운데 자리한 섬은 긴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다. 섬을 기준으로 대구면 저두리와 연결된 다리를 저두 출렁다리(438m)라 부르고, 도암면 망호 선착장으로 이어진 다리가 망호 출렁다리(716m)다. 본래 계획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출렁다리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긴 길이 때문에 바람이 불면 이용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 다리를 고정시킨 것이라 한다. 그래서 명칭은 출렁다리라 하지만 실제 걸어보면 흔들거리는 느낌만 조금 있을 뿐 출렁거리지 않는다.

다리와 이어진 두 곳 모두에서 섬을 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구면과 이어진 저두 출렁다리를 이용한다. 그 이유는 접근성이 좀 더 편한 것도 있지만 짚트랙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우도와 연결된 출렁다리는 지난 2012년 완공됐다. 가우도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정도이니 출렁다리 보다는 짚트랙으로 인해 보다 많은 이들이 가우도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 잡은 커다란 청자 모양의 타워에서 저두리까지 한달음에 내려올 수 있는 짚트랙은 별도의 동력원 없이 고도차이 만으로 강진만을 가로지를 수 있어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길이는 약 1km정도로 3개 라인이 있어 동시에 3명이 즐길 수 있다.

 

소박하지만 운치 있는 해안길인 ‘함께해(海)길’도 가우도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바위가 많은 해변길은 나무 테크로 길을 만들어 놓아 시원한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섬 사람들이 기존에 이용해 오던 길을 보수해 조성한 오솔길은 가파른 구간이 없어 아이들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걷는데 큰 무리가 없다.

1.6km 정도의 짧은 구간인지라 걷는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무작정 걷기 좋다고 해서 사랑받지는 못할 것이다. 구간 구간에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무덤덤한 바위는 물이 빠지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섬 주민들은 이 바위를 ‘두꺼비 바위’라 부른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병든 홀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던 효심이 지극한 청년이 두꺼비 한 마리를 구해주었다. 은혜를 갚기 위해 두꺼비는 용왕님께 사람으로 태어나 청년과 결혼해 홀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바다에 빠졌다. 그 자리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생겼고, 처녀로 환생한 두꺼비는 청년과 결혼해 은혜를 갚았다 한다.

두꺼비 바위를 지나면 영랑나루 쉼터가 나온다. 벤치에 앉아 있는 김윤식 시인의 동상이 조성돼 있다. 우리에게는 김영랑 이라는 아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읊어 보았을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와 가우도가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시인이 태어난 곳이 강진군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장남 학연을 만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작품인 ‘다산 정약용 쉼터’ 역시 유배가 바로 강진군이기에 설치해 놓았을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 차가운 겨울바람이 우리네 발길을 막아서기 전에 다리 건너 강지만의 진주 가우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걸어 보는 여유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