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 책 소 개 _
수협 문화마당 책 소 개 _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9.13 12:33
  • 호수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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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

 •저  자  임수민    •출판사  미메시스
 

■ 또 다른 항해의 시작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는 두 책이 하나로 맞물려 합쳐진 형태를 취한다. 5개월간의 여행을 따라가는 에세이가 1부고 에세이가 끝나면 책을 뒤집어 뒤표지라고 생각했던 앞표지에서부터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 120여장과 여행 후 이야기가 2부로 펼쳐진다.

그는 항해를 마치고 육지에 땅을 딛자마자 온몸이 휘청거리는 육지 멀미를 경험했는데 그것이 태평양 항해의 시간을 관통하는 중요한 감각이라고 느꼈고 그것을 책이라는 매체에도 담고자 고민했다.

또한 사진을 2부로 따로 편집한 것도 항해를 하면서 찍은 사진을 육지로 돌아와서 확인한 그의 동선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함이다. 서울로 돌아와 홍대의 한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면서 그는 자신의 시선이 담긴 태평양의 모습을 확인했고 그제야 비로소 정말 자신만의 진짜 항해를 했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이 책을 다 읽으면 독자들은 임수민의 고독한 모험에 대한 내면 고백에 이어 태평양에서 그가 시선을 둔 풍경들을 순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다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들

임수민은 평소에 도시의 외진 곳과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 될 사람들을 도시 속의 활력소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인간애는 배 위에서도 흡족하게 발휘됐다.

2부에서 펼쳐지는 그의 흑백 사진들은 역동적이고 한편으로 한없이 지루한 선상 생활 속 세일러들의 모습뿐 아니라 10개의 섬을 도착할 때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섬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담겨 있다. 사진에 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설명도 그 매력을 더한다.

■  책속으로

밤 항해에는 가능한 한 불빛을 없애야 했다. 헤드 랜턴 역시 아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야만 다가오는 물체들을 잘 볼 수 있고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위험한 상황을 알아챌 수 있다. 또 배터리를 아껴야 하기도 한다. 항해란 얼마나 길어질지도 모르는 것이니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아끼고 쪼개고 나누어야 한다. 절약 정신이 절로 생긴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내가 금욕하는 것이다. 불빛을 아껴야 하는 태평양의 밤은 너무 어두워서 눈조차 빛을 내는 것만 같았다. 말소리나 움직임마저도 조심스러워진다. 밤의 바다를 깨우지 않으려고 말이다. -  p.76

육지다! 육지가 보인다. 섬에 다가가면서 왠지 모르게 새로운 대지를 발견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어두워서 안개 속에 잠겨 있는 섬은 마치 수평선 바로 위에 눌러앉은 무거운 먹구름 같이 보였다. 캡틴킴은 육지에 다가가니 말이 없고 날카로워졌다. 누쿠히바는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보는 육지라서 설레는 게 아니라 그저 누쿠히바 자체가 아름다웠다. 거대한 산들이 수평선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평선보다 높은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섬에는 초록색이 많았고, 그 위에 구름이 맴돌고 있었다. 육지다. 닻을 내리자! - p.131

항해를 통해 조개가 진주를 품듯이 내 마음속에 간직할 귀중한 선물을 발견했다. 그 선물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다. 태평양 항해 후 내 삶을 돌이켜 보니 이미 몇 년 전 코르쇠르에서 나는 바다를 품고 있었고 나의 삶은 이미 그것을 향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삶이 피로해질 때면 Mr. C의 작은 바다를 떠올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보이는 게 바다뿐인 태평양에서도 그 정원 속 작은 바다를 그리워했다. 현재도, 과거에도, 무의식중에도 나는 마음속 바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섬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나는 무식하게도 태평양 한가운데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  p.244

<자료·사진출처-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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