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스케치한 파라다이스 '대청도'
자연이 스케치한 파라다이스 '대청도'
  • 배석환
  • 승인 2018.09.13 12:33
  • 호수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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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와 어우러진 해변‘일품’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3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섬 대청도. 날씨가 좋으면 육안으로 북녘 땅이 보이는 분단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하루에 2번 운행되는 쾌속선을 타기 위해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개찰을 기다린다. 모든 사람들이 대청도를 가는 것은 아니다. 소청도에 먼저  들렀다가 대청도를 거쳐 최종 목적지는 백령도인 운항길이기에 절반 이상은 백령도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이맘때 서해 바닷길은 거센 바람이 분다. 잦은 풍랑주의보로 인해 대청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섬이 되곤 한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고 쾌청한 하늘이 대청도 뱃길을 비춰준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꽤나 넓은 섬이다. 버스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가장 높은 산인 삼각산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산세가 거칠어 보인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어디로 갈 건지 물어본다. 섬이 처음이라 답하니 내동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버스 기사님이 친절히 길안내를 자처 한다.

 

옥죽동 모래사막
옥죽동 모래사막

대청도는 마을이 크게 세군데 존재한다. 쾌속선이 정박하는 선진포선착장 부근의 선진동마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내동과 양지동, 옥죽동이 서로 이웃하고 있어 하나의 마을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진포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모래울동으로 나눌 수 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변덕스런 날씨 탓에 푸른 하늘이 보이는 시간에 최대한 많은 풍광들을 눈에 담고 싶었다. 가장 먼저 옥죽동 모래사막으로 향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다. 전라남도 신안에 생성된 해안사구가 급격한 경사의 모래 언덕이라면 옥죽동 모래사막은 완만한 경사가 신비함을 자아낸다. ‘한국의 사하라’로 불릴만큼 바람결에 따라 변하는 모래 표면의 형태가 다른 해안사구와 차별화돼 있다. 

입구가 따로 없다. 넓게 분포돼 있는 탓에 발길 닿는 대로 들어서면 된다. 그런데 모래언덕을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빨간색 표지판으로 ‘지뢰’라 쓰여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여러 지뢰들이 발견되기에 군사작전지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반달이 떠올라 모래언덕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카메라 앵글로 보이는 시선은 우리나라 섬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선진포선착장 어부상
선진포선착장 어부상

 

대청도는 섬을 둘러보는데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해안의 경우 대부분이 군사작전지역이다.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다. 그래서 해변을 거니는 것도 일몰 이후는 금지돼 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더욱 다급하다. 모래언덕을 지나 옥죽동 해변으로 달려가 본다. 길게 뻗어 있는 해변은 우리나라 여느 해수욕장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손색이 없다. 특이한 점은 해변 중간 중간에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바다를 통해 북에서 넘어온 귀순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쓰이는 용도다.

옥죽동 해변을 거쳐 농여 해변에 도착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해안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해변 가운데 솟아 있는 바위가 선사하는 풍광은 자연이 스케치한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은편이라 입소문이 나지 않은 숨은 비경임에 틀림없다. 물이 빠지면 바로 이웃한 미아동 해변까지 한 걸음에 달려 갈 수 있다. 길이만으로 따지면 동해안의 해변이 명사십리 해변에 더 가까울 수 있지만 넓이로 따지면 바로 이곳이 진정한 명사십리 해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게도 대청도에는 섬 주변에 모래 해변이 많다. 보통 서해의 섬들은 모래 해변 보다는 갯벌의 분포가 더 많은 편인데 유독 대청도가 그러하다. 소규모의 모래 해변을 제외하고 해수욕장 시설이 들어서 있는 해변이 9군데나 된다. 하나 같이 고운 모래가 깔려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농여 해변 뒤로 노을이 드리워진다. 파고가 조각한 바위에 붉은 태양이 걸친다. 금빛의 모래 해변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간다. 상상 속 낙원의 모습이 이러할 것이다.

 

옥죽동 해변
옥죽동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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