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에 동참하라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에 동참하라
  • 김병곤
  • 승인 2018.09.06 12:19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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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언이비(食言而肥)’란 고사가 있다. 노나라 대신 곽중은 몸이 비대했다. 맹무백이 곽중을 모욕할 생각으로 물었다. “무엇을 먹고 그리 살이 쪘소”라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애공이 평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맹무백에게 “당신이 거짓말을 하도 자주 먹으니 곽중이 어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소”하고 비꼬왔다 한다. 식언이비는 자신이 한 말이나 약속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고 거짓말이나 딴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식언은 말(言)을 먹어버리는(食) 것이니 말만 해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식언이 난무하고 있다. 말이 아닌 문서화된 약속마저도 나 모른다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지금 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인들이 그렇다. 

노량진수산시장이 노후화돼 수협은 현대화 사업을 지난 2007년 추진했다. 시장 상인들을 다각적으로 접촉한 후 이들과 의견교환을 끝내고 2009년 7월 8일자로 시장 상인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었다. 이 양해각서에는 사업면적, 경매장 위치, 판매자리 배치 등이 명시돼 있고 투표를 통해 상우회 80.3%, 중도매인조합 73.8%가 찬성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구 상인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불법 상인들은 사익추구를 생존권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법과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우리나라 수산시장의 살아있는 역사다. 1927년 서울역 인근의 ‘경성수산’이 그 시작이다. 이후 1971년 6월 한국냉장(주)이 현 위치에 도매시장을 개설했다. 1975년부터는 서울수산, 노량진수산, 삼호물산 등 3개의 민간기업이 운영했지만 경영부실의 연속이었다. 이후 2002년 2월,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면서 생산자인 어업인들의 자산이 된 것이다. 인수 당시 개인회사와의 경쟁에서 정치권이 개입하는 등 인수에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1년에 현 위치로 이전한 이후 40여년이 넘으면서 시설은 점점 낙후돼 있었다. 낙후된 시설에서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는 수산시장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인식하고 수협은 2007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게된 것이다. 그러나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구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지어 백주대낮에 노량진수산시장 임직원에 칼부림을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환풍구에 사람이 떨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정전사태도 있었다. 이제 구 시장은 시장으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수협은 수차례 협상을 해왔고 상인들의 조건들을 수용했다. 입점 추첨을 하면서 구 상인들의 현대화시장으로의 합류를 설득해왔다. 구상인들의 불법 점유로 식품안전은 물론 시설물관리의 사각지대화가 되고 있다. 

법원은 잇달아 명도이전 소송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특히 비대위 집행부에 무단 점유하고 있는 시설물을 수협에 명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법원이 무단점유상인들이 불법 점유하고 있는 전체 판매자리와 부대·편의시설 294개소에 대한 명도 강제집행을 실시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분명 사익을 추구하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상인들이 사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상인들은 신뢰를 저버리고 법까지 위반하는 명분 없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피해는 어업인은 물론 고객들과 전체 수산산업계에 돌아가고 있다. 구 상인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강제집행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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