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8)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8)
  • 류진희
  • 승인 2018.08.23 12:20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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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달라진 우리 수산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웅어 새끼 닮은꼴 ‘싱어’

세어【싱어】

모습과 색깔이 웅어와 매우 닮았지만 아주 작다. 길이는 두어치가 안되고 너비는 길이의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웅어의 새끼라고 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강과 바다가 서로 통하는 곳에서 난다. 임진강이 서남쪽으로 흘러와 낙하(임진강 하류)가 되고 다시 남쪽으로 흘러 오두(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러 조강(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한강 하류의 끝 지점)으로 흘러드는데 그 지역이 세어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다. 그러나 오두는 물살이 급해서 그물을 칠 수가 없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뀔 때 강물을 거슬러 낙하에 이르는데 뜰채로 잡으면 주머니 속을 더듬는 것처럼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파주의 교하 사람들이라면 세어를 실컷 먹지 않는 사람이 없다.
 

평설

어명고에 세어(細魚)는 오늘날의 싱어로 비정되고 있다. ‘모습과 색깔이 웅어와 아주 닮았으나 아주 작다’고 했으며 ‘웅어의 새끼’로 보일 정도로 닮았다고 한다. 또 『표준국어대사전』에 학꽁치와 같은 말로 개재돼 있으나 까나리는 까나리과의 별도의 물고기로 어명고에 묘사된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싱어는 청어목 멸치과로 몸길이가 15~24㎝이며 우리나라 서남연해에 분포하는데 산란기에는 압록강에서 의주부근까지 이동하고 한강에서는 행주와 양화도 부근까지 올라온다. 싱어란 이름 외에도 싱에와 깨나리, 강다리, 세화라는 지방 이름이 있으며 한강 인근에서는 아예 웅어라고도 불린다.

싱어는 몸길이가 40㎝ 정도인 웅어에 비해 작지만 생김새는 아주 비슷하며 가슴지느러미 위쪽 4~7연조(물고기의 지느러미 막을 지지하는 기조의 일종으로 부드러운 마디로 돼 있다)가 실 모양으로 연장돼 있는 점도 같다.

싱어는 웅어와 몸 형태와 빛깔이 매우 비슷해서 어류분류학에서도 논란이 있고 재검토가 요구될 정도다(『한국어류대도감』). 아무튼 어명고 작성 당시에 웅어와 싱어를 구분한 것은 분류학적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강에 사는 숭어의 새끼‘모장어’

모장어【모쟝이】

몸이 둥글고 머리가 납작하다. 등은 푸르고 배는 흰데 길이는 7~8치에 지나지 않는다. 강과 호수, 산과 개울의 어디에나 있다. 모습은 숭어를 닮았지만 작고 숭어의 새끼라 부르는데 확실히 모르겠다.

평설

모장어는 숭어의 어린 것인데 어명고에서는 별도의 물고기로 구분하고 있다. 숭어는 주로 바다에서 살지만 연안으로 돌아와 산란한다. 봄철이면 어린 숭어 새끼들이 강 하구에 나타나 강 중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자라서는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강에서 사는 어린 시절의 숭어가 바로 모장어다. 숭어 새끼의 현재 이름은 ‘모쟁이’이며 ‘모롱이’도 같은 의미다. 표준어를 정할 때 평안도의 방언(평남 한천, 진남포)이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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