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예탁금은 지속돼야 한다
비과세 예탁금은 지속돼야 한다
  • 김병곤
  • 승인 2018.08.23 12:20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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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렴주구(苛斂誅求). 이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다는 뜻이다. 세금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필요한 경비를 위해 국민이 소득 일부를 의무적으로 내는 돈’이다. 한 국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가혹하고, 형평성이 어긋나고, 거부감이 있는 세금을 부가한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세금 때문에 민초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삼정문란(三政紊亂)이다. 조선 시대에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 등 세 가지 세금 체제가 변질돼 조선의 힘없는 백성에게 혹독한 세금을 물게 했다. 결국 삼정문란은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 ‘홍경래의 난’과 ‘농민항쟁’을 불러왔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조세 정상화냐 가렴주구냐’ 하는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달 30일 정부의 ‘2018년 세법개정안’ 가운데 농어촌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상호금융사업의 위기를 초래할 만할 내용이 발표됐다. 2019년부터 상호금융의 준조합원은 3000만원 이하 예탁금 비과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준조합원과 자격이 동일한 새마을금고·신협 회원에게는 비과세 예탁금을 연장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정부는 비과세 예탁금이 고소득층의 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협을 비롯 농협과 축협, 산림조합 등 협동조합에 존재하는 준조합원을 가짜 조합원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정부는 준조합원의 역할과 이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해서 실질 조합원에게 지원되고 있는 것들을 간과했다. 현재 수협과 농협, 축협, 산림조합은 준조합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준조합원 제도가 없지만 5개 상호금융기관은 모두 상호금융법을 적용 받는다. 그래서 농수축협과 산림조합 준조합원들의 예탁금이 신협과 새마을금고로 이탈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정부가 보호 육성해야 할 사회적 약자인 농어업인들에게 혜택은 고사하고 형평성 문제까지 불러왔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비과세 예탁금 제도는 지난 1976년부터 수협, 농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에서 43년동안 유지해온 서민금융저축 상품이다. 더욱이 정부가 고소득자로 분류한 농수축협의 준조합원 역시 서민이다. 수협 준조합원 중 소득규모가 5000만원 미만 고객이 81.9%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우리 사회 구조상 고소득자는 대부분 이자혜택이 큰 제1금융권을 이용한다. 수협의 비과세 혜택을 이용하는 준조합원은 영세서민이 절대 다수다. 협동조합의 상호금융은 농어촌의 금융 근간을 지켜온 농어업인들의 밀착 금융이다. 상호금융사업은 다양한 상품의 제한으로 예금·대출업무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준조합원 비과세 예탁금은 일종의 조합이용을 유인하는 제도다. 유입된 자금의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준조합원은 어업인만으로는 조합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준조합원이 조합의 사업을 이용해 발생하는 수익은 어업인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구나 수협의 상호금융은 어업인들이 긍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좀도리 운동이 뿌리다. 어촌에서 어획한 수산물의 1/100을 적립해 마련한 것이 수협의 자체자금이며 오늘의 상호금융이다. 수협 상호금융은 어업인 스스로 만들었고 언젠가 잘살아 보겠다는 자신감과 희망의 결정체라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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