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적기능 포기하는 게 제대로 된 정부인가
스스로 공적기능 포기하는 게 제대로 된 정부인가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8.09 13:45
  • 호수 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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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어촌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뜯어고치면서 수협을 비롯한 농·축협과 산림조합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제도를 철폐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내용인즉 수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취급하는 3000만원 이하 예금의 이자소득과 1000만원 이하 출자금의 배당소득에 대해 올해 말까지 준조합원에게 비과세였던 것을 내년부터 이를 폐지하고 2019년 5%, 2020년 이후 9% 분리과세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과세형평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이번 준조합원 과세적용은 형평성은 커녕 공정경쟁을 크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공익기능 마저 크게 훼손할 우려를 안고 있다. 

수협 등의 준조합원을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신협과 새마을금고에서 비과세예탁금 가입이 가능하므로 상호금융기관 간 예탁금 이동만 발생하고 조세지출 감소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 풍선효과만 발생할 수 있다. 또 상호금융기관 간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비과세예탁금은 어업인과 농업인, 서민 등 금융소외 계층의 자산형성 지원으로 가계 건전성을 높이고 서민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로 서민금융 기능 강화를 위해 1976년 최초 도입됐다. 이 때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에게 적용돼 왔으며 1989년 농협법에 준조합원 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상호금융기관 간 형평성 유지를 위해 준조합원도 비과세 대상에 포함하도록 세법이 개정됐다.

따라서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적용 제외 시 수협과 농협은 사실상 비과세예탁금 제도를 폐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오히려 자금유입이 증가해 동일한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는 상호금융기관 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익기능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스스로 그 기능을 포기하는 꼴이다.

수협 등의 신용사업은 취급상품 제한으로 예금·대출업무 중심으로 운영하며 비과세예탁금으로 유입된 자금을 근간으로 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이를 통해 수협은 정부보조 없이 수산물 유통손실 보전과 어업인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등 정부를 대신해 어업인 지원으로 어촌사회에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인 지원을 위한 씨드머니 격인 예탁금 비과세 철폐로 손발을 묶어버리면 어촌사회를 지원할 길이 막힌다.    

어촌사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진배없다.

비과세 예탁금 상품은 서민금융기관이 제1금융권 대비 취약한 경쟁력을 보완해 주는 주축 상품으로 지난 42여년 동안 상호금융기관의 건전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서민금융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것이 폐지되면 대규모 자금과 고객 이탈로 어업인 대출축소 등 상호금융 존망(存亡)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일반 영리법인과 달리 수협 상호금융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어업인에 대한 지도·지원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조합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적인 어업인 지원은 어촌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전체 비과세 예탁금 가입자 중 소득금액 5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다수이듯 수협에서 비과세 혜택을 이용하는 준조합원은 영세서민이 절대적 다수다.

이 절대적 다수가 과세에 짓눌린다면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 밖엔 없다.

정부는 그릇된 세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고 어촌사회의 공익적 기능을 존속시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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