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여행_ 충남 보령
우리바다 여행_ 충남 보령
  • 배석환
  • 승인 2018.08.09 13:45
  • 호수 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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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늘솔길 이야기 '효자도'

 

 

반시간,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북쪽으로 뱃머리를 향해 도착한 효자도. 시간이 멈추다 못해 과거로 흐르고 있는 듯 고요함이 밀려온다. 충청남도 보령시에 속하는 섬이지만 가까운 거리에 태안군이 위치해 있다. 버젓한 해수욕장 하나 없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섬이다. 하루 운행횟수도 3회 정도로 제한적이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섬을 드나드는 이들이 거의 없기에 섬은 너무도 고요하다. 여객선에서 내리는 이들은 노(老)부부가 전부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느릿느릿 흘러 들어오는 파도는 이야기를 전하다 말고 금세 사라진다. 폭염의 영향인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섬의 유일한 슈퍼이자 매표소는 어찌된 일인지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고 굳게 잠겨 있다.


효자가 많고 ‘사랑이 가득한 풍족한 섬’
대표 수산물 ‘뱅어포’에 매력적인‘몽돌해변’

 

효자도의 본래 이름은 ‘소자미(小慈味)’였다고 한다.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기리는 여인의 애잔한 마음을 뜻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구전이다. 또한 글자 그대로 ‘사랑이 가득한 풍족한 섬’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 이후 효자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효자도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 섬에는 효자 ‘최순혁’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작은 섬이라 느끼기엔 바로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원산도로 인해 섬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반감된다. 더군다나 태안군 영목항과 원산도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육지로 내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섬 안에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벼가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논이 정돈돼 있다. 보통은 밭이 많은 편인데 효자도는 쌀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 없고 물이 풍부하다.

해안길 따라 걷노라니 곳곳에 생선이 말려지고 있다. 아담한 사이즈의 꼴뚜기가 바다 내음을 가득 머금고 있다. 아마도 섬 주민들의 저녁 반찬으로 올려질 것이다. 마지막 향기를 뿌리고 있는 야생화 저 너머로 호젓한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허물어져 가는 외관과는 달리 섬을 찾는 이들의 휴식처가 돼주고 있다. 인접한 곳에는 아이들의 꿈이 자랐던 초등학교가 그 의미를 상실한 채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어둠에 묻힌 교실은 걸상 하나 남겨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 학교 가득 울려 퍼졌을 풍금은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선착장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이어가다 보니 길게 펼쳐진 몽돌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빛깔이 햇살에 부딪치는 모습이 마치 미술시간 모자이크 같다. 살랑 거리는 파도에 맞춰 몽돌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진정시킨다. 그 한가운데를 거닐 때 마다 몽돌에 파 묻히는 발자국 소리만이 섬에 들어온 이방인이라는 것을 각인 시켜 준다.

한참을 몽돌의 매력에 빠져 걷고 있는데 갑작스레 커다란 배 한척이 해변을 향해 돌진한다.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배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조용하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배는 몽돌해변에 박혀 멈춘다. 조타실에서 누군가 나오더니 바삐 움직인다. 잠시후 엔진소리가 섬을 깨우더니 후진을 한다. 동시에 그물이 몽돌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다. 멸치잡이 그물이다.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물사이에 들러붙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효자도에서는 다양한 어종이 나온다. 근처에 가두리 양식장도 있다. 하지만 섬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뱅어포다. 봄이면 실치를 말려 뱅어포를 만드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두 시간 남짓 걸었던 해변길.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 왔다. 닫혀 있던 슈퍼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문을 개방했다. 원산도를 거쳐 바다를 가르는 여객선이 뱃고동을 울린다. 날 것 그대로 너무도 평범하기에 담백했던 효자도 이야기가 언제라도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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