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가소득 5천만원 시대의 빛과 그림자
어가소득 5천만원 시대의 빛과 그림자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5.17 08:40
  • 호수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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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8년 1월 해양수산부는 ‘정부업무보고’에서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글로벌 해양강국 실현’을 정책목표로 세우고 ‘해양수산업 일자리 안정화 및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 창출’, ‘어촌 뉴딜300’과 함께 ‘어가소득 5000만원 시대 개막’을 실천 정책과제로 보고했다. 얼마 전에 발표한 통계청의 어가경제 조사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어가의 평균소득은 2016년보다 약 4.1% 증가한 4902만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정책목표로 세운 어가소득 5000만원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어가소득의 구성을 살펴보면 마냥 축하할 일이 아님을 알 게 된다.

첫째 어로어가소득과 양식어가소득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2010년 평균어가소득은 3570만원이다. 어로어가소득은 3500만원이며 양식어가소득은 3741만원으로 양식어가소득이 어로어가소득의 1.07배로서 소득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어로어가소득은 3872만원인 반면 양식어가소득은 7750만원으로 어로어가소득의 2배가 되었으며 소득 차이도 3878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둘째 최근 평균어가소득의 증가는 양식어가소득의 증가에 따른 결과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어가소득은 37.3% 증가하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어로어가소득은 10.6% 증가에 그친 반면 양식어가는 107.2%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어로어가소득이 372만원 증가하는 동안 양식어가소득은 4009만원이 증가하였다.

셋째 어로어업의 소득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어가소득은 일반적으로 어업소득, 어업외소득, 이전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평균어가소득 중 어업소득의 비중은 2010년의 46.5%에서 2017년에는 54.5%로 증가하였다. 외견상으로는 어가소득에서 어업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어가소득의 기반이 견고해 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같은 기간 동안 양식어가소득의 어업소득 비중은 54.1%에서 74.2%로 20% 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어로어업소득의 어업소득 비중은 2010년의 43.3%에서 2017년에는 40.2%로 3% 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어로어가소득의 비어업소득 비중도 2010년의 36.7%에서 2017년에는 34.7%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어로어가소득 중 경제적 활동에 의한 소득인 어업소득과 비어업소득비중은 감소한 반면 국가의 보조금이나 연금과 같은 이전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양식어가는 어업소득의 증가에 따른 어가소득의 증가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 어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로어가는 어업소득과 어업외소득의 정체로 인하여 안정적인 소득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산자원의 감소와 자원관리형 어업의 확대로 인하여 어로어업을 통한 어가소득의 증가는 한계가 있다.

어로어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어업소득의 기반 위에서 어업외소득의 발굴과 확대가 필요하다. 농업분야에서 농가소득 중 농업외소득 비중이 2010년의 38.2%에서 2017년에는 42.5% 증가하였다는 것은 어가소득의 안정적인 증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촌에서 어업외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마을기업 또는 어업법인을 통한 수산물의 부가가치 제고와 어촌관광을 통한 관광소득 증대 등이다. 이들 분야는 어로어업과는 다른 경영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나, 경영 능력을 어업인 스스로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의 어촌소득정책이 어획량 증대를 통한 어업소득 증대에서 벗어나, 어업인들이 스스로 조직하여 어촌비즈니스를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은 어가소득 5000만원 시대라는 장밋빛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어업외소득의 창출을 통해 어촌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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