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수산업에도 새 역사를
판문점 선언, 수산업에도 새 역사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5.03 09:46
  • 호수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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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남북의 만남은 모든 것이 역사가 된다. 그 만큼 가깝지만 너무나 먼 이념적 갈등 속, 역사의 상흔 속에서 자리잡은 인식의 산물이다. 이번 4월 27일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누구나 뭉클한 장면 장면을 가슴으로 바라보았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국의 강경한 제재 속에서 전쟁의 위협이라는 어둠이 길고 깊었던 만큼 봄의 햇살을 바라보는 마음도 크고 반가웠다. 암울한 위기 속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도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큰 국익이 발생한다.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민족이 비상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통일을 향한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어느 누구를 견주련만 바다를 터전삼아 살아가는 우리 어업인이 맞는 판문점 선언은 그 어느 누구보다 애절하다. 동서해에서 늘 안전을 위협받으면서 하루하루 조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업하다 납북된 어업인은 2010년까지 458명에 달한다. 전체 납북자 517명의 88.6%나 차지할 정도로 어업인은 그 동안 북한으로부터의 위험 속에서 살았다. 이번 판문점 선언의 화해·평화 분위기가 어업인에게 특별한 의미로 와 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났던 2000년 6월 15일의 제1차 정상회담에서는 수산업 관련 협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난 2007년 10월 4일의 제2차 회담에서는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서해5도 수역에의 평화수역 설치는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없이 흐지부지되었고 연평도 도발, 천안함 사건 등 아픔만 남긴 역사의 장이 되고 말았다.

이번 3차 회담의 결과는 ‘판문점 선언’으로 나타났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남북이 이전에 협의한 모든 사항을 철저하게 이행한다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제2차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어가고 명확히 하기 위한 선언으로 보인다. 3차 회담에서의 표현은 서해 NLL 지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것이지만 공동어로수역의 조성이 담겨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에서 다시 천명된 만큼 필요한 후속조치로서 우선 서해 평화수역 내에 남북 공동어로수역이 설치되어야 한다. 공동어로수역 설치는 주민과 어업인의 안전 담보는 물론이고 중국어선이 자행하는 동 수역에서의 불법 조업을 막는 가장 확실하고 실천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동해북한수역에의 우리 어선 입어다. 중국어선은 2004년부터 원산 외해 수역에 대거 입어하여 오징어자원을 싹쓸이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산자원 고갈과 동해안 우리 어업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어선이 북한 동해수역에 입어하여 수산자원 보호와 어업인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납북 어업인의 귀환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납북 일본인의 송환문제를 대신 언급해 달라고 애타게 요청하는 상황에서 우리 어업인의 귀환 조치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미송환 납북어업인의 귀환은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비 한 마리가 와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이 오니 제비가 오는 것이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라는 큰 조류를 따라 모든 분야에서 차질 없는 후속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납북어업인의 귀환, 서해 공동어로수역의 설치, 동해북한수역의 우리어선 입어 등이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나아가 수산물의 남북교역 확대, 수산자원의 공동조성 및 관리, 북한수역에의 양식장 조성 및 기술이전, 가공냉동 공장의 설치 등이 뒤따르길 희망한다.

한반도에 찾아온 남북협력의 봄이 수산업에도 새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 되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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